위절제술 세계적 표준, 개복에서 복강경 수술로 바꿔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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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병원 외과 김민찬 교수
복강경 위암수술 20주년 논문집

복강경을 이용해 위암 수술을 하고 있는 동아대병원 외과 김민찬 교수. 부산일보DB 복강경을 이용해 위암 수술을 하고 있는 동아대병원 외과 김민찬 교수. 부산일보DB

우리나라는 위암 발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 다행히 수술 성적 역시 세계 최고다. 한국 외과 의사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대학병원 소속 외과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KLASS)도 거기에 한몫을 했다.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찬 동아대병원 외과 교수가 최근 〈복강경 위암수술 20주년 기념 논문집〉(사진)을 발행했다. 그동안 발표한 총 66편의 논문 초록과 국문해설을 담았다. 초기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위암 수술의 역사를 이 논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처음 복강경 위암수술을 시작한 김 교수는 그동안 2400건 이상의 복강경 위암 수술을 시행했다. 김 교수는 위암 수술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임상경험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기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회복도 빠르고 통증도 적어 환자의 일상회복에 더 유리하다.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 소속 의사들의 연구 결과 조기 위암뿐만 아니라 진행성 위암에서도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에 비해 재발률은 거의 비슷하고 장폐색 등의 합병증은 훨씬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 연구에 의해 120여 년 만에 위절제술의 세계적 표준이 개복수술에서 복강경 수술로 바뀌게 됐다.

김 교수의 또 다른 업적은 위암의 ‘감시 림프절’(원발 조기 위암에서 전이가 처음 일어나는 림프절) 연구 분야다. 감시 림프절 생검에서 음성이 나오면 위절제술이 아닌 위보존수술이 가능하다. 음성이면 림프절 절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최소상처 수술을 지향하는 최근의 수술 트렌드에 부합하는 치료법이다.

김 교수의 의국 선배였던 분당서울대병원 김형호 교수는 “지난 2004년 김 교수가 감시 림프절의 역할에 대한 논문을 당시 한국 외과의사로는 발표하기 어려웠던 학술지 ‘annals of surgery’에 게재했다. 감시 림프절 연구의 초석이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논문집에는 제1저자로 주도적으로 참여한 논문 31편과 공동연구 논문 35편이 수록돼 있다. 국소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시행된 복강경 위암절제술은 개복술에 비해 생존율에서 차이가 없다는 2020년 다기관 연구논문은 임팩트 팩터가 44.544점으로 논문 중 최고 점수다. 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국소 진행성 위암 환자의 복강경 위아전절제술은 개복술에 비해 낮은 합병률을 보이며 빠른 회복과 통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는 논문의 임팩트 팩터는 10.130이다.

김 교수는 “2003년 김형호 교수께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직 후 타의반 자의반으로 시작한 복강경 위암수술이 제 인생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줄은 몰랐다. 이 논문집이 후학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상, 대한위암학회 최우수 학술상, 세계위암학회 우수 비디오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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