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진 사색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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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장

순천만정원박람회 찾은 대통령 부인 사진
대통령실이 공식 배포하자마자 입길 올라
논란 처음 아니다 보니 ‘목적이 뭘까’ 궁금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국가별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국가별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주말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이다. 세상을 떠난 지 이미 14년이 됐지만, 이맘때면 불쑥불쑥 잊지 않고 찾게 된다. 그가 생전 청와대 임기를 끝내고 고향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부터 줄곧 그랬다. 봉하마을이 당시 살던 곳에서 가깝기도 했거니와, 농촌 풍경이 잘 보전된 곳이라는 생각에, 도시에서 태어난 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 삼아 갈 만한 곳이라고 여겨서였다.

그러다 맞은 2009년. 사회부에서 일할 때였다. 김해시와 접한 부산 강서구를 담당하던 터라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 취재에 차출돼 봉하마을을 드나드는 일이 잦았다. 딱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으련만, 기어코 그의 장례까지 그곳에서 지켜봐야 했다. 봉하마을을 잊지 않고 찾는 이유 중에는 이런 기억에서 비롯된 인간적인 미안함도 자리하고 있다.


그가 떠나고 난 뒤 봉하마을을 떠올리면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자전거를 탄 노무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전거를 즐겨 탔다. 고향으로 돌아와 대문을 나설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자전거에 올랐다.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이들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은 방문객과도 스스럼없이 자전거를 타고 어울렸던 그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자전거와 노무현을 떠올리면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그의 어린 손녀다. 자전거 뒷자리에 손녀를 태우고 봉하마을 들녘을 오가는 장면은 많은 국민이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처럼 기억하고 있다. 밀짚모자를 쓴 그가 자전거 트레일러에 손녀를 태우고 달리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사후 공개된 청와대 시절 사진에서도 자전거를 가까이했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속 사진사로 일했던 장철영 씨가 내놓은 미공개 사진을 통해서다. 청와대 경내에서 타던 자전거를 옆에 세워 두고 잠시 풀밭에 앉아 쉬는 장면이 그렇고, 손녀를 태우고 달리는 뒷모습도 그렇다.

그의 자전거 사랑은 휴가 중에도 이어진 모양이다. 대통령 별장이 있던 청남대나 진해해군기지에서도 어김없이 자전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청남대를 국민에게 개방한 그는 개방식 하루 전날 자전거로 청남대를 둘러본 뒤 “이렇게 좋은 줄 미리 알았다면 개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특유의 농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6일 부산을 찾았던 윤석열 대통령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은 아니더라도 통상 대통령의 사진은 임기가 끝난 후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끌곤 한다. 이번은 현직 대통령이다.

공식 일정을 마치고 들른 한 횟집 앞에서 목격된 사진인데, 이로 인해 검찰·조폭·교통 방해·경호 실패에 이어 친일 논란까지 온갖 얘기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가던 내용이 언론 보도로 퍼지더니 이젠 정치권까지 확전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에서도 입장을 냈다. “어떤 사안에 있어서 본질이 중요하며, 발목잡기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날 대통령의 부산 방문 본질은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가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초당적이고 범국가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힘을 모은 자리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뿐만 아니다. 대통령 부인도 사진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도 대통령실에서 공식 배포한 사진으로 인해.

사진은 대통령실이 지난달 31일 홈페이지 뉴스룸에 올린 ‘김건희 여사,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정원 관람’ 제목의 22장이다. 박람회장 곳곳을 둘러보고 관계자를 격려하거나, 관람차를 탄 모습 등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관람차 탑승 장면을 포함한 김 여사 단독 사진인데, 공식 행사 사진이 아니라 개인 화보를 찍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뭘 알리자는 건지, 뭘 홍보하자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도 아니고 이것들이 대통령실 사진실에 떡하니 22장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하겠다”며 “선물용으로 드리는 용이지 (공식 홈페이지에)올리는 용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울림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진작가 최민식(1928~2013)은 저서 〈사진이란 무엇인가〉에서 말했다. “아무리 표현기법이 뛰어난 사진이라고 해도 내용이 뚜렷하지 않다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중략)모든 대상은 창작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사진에 담는 순간 그것은 기록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에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어쩌다 한 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입길에 오른 빈도가 잦다 보니 궁금해진다. 목적의식이 무엇일까.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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