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호 시그니엘 부산 조리팀장 “입맛 까다로운 실사단, 그릇 싹 비워 보람”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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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실사단 제공 식사 전담
메뉴 개발에만 3개월 이상 정성
알레르기·비건 등 취향 세심 고려
당시 메뉴 곧 시민에 선보일 예정


한인호 시그니엘 부산 조리팀장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시그니엘 부산 제공 한인호 시그니엘 부산 조리팀장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시그니엘 부산 제공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은 3박 4일의 부산 일정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부분 중 하나로 ‘K푸드’를 꼽았다. 파트릭 슈페히트 실사단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음식에 대해 “눈으로 봤을 때도 예쁘고, 맛도 정말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실사단에게 제공된 식사는 해운대구의 최고급 호텔 ‘시그니엘 부산’이 전담했다. 한인호 시그니엘 부산 조리팀장은 “메뉴 개발에만 3개월 이상 걸리는 등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실사단이 모든 음식을 깨끗이 비울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그니엘 부산은 실사단을 맞이하기 위해 3개월 전부터 전담TF를 구성해 메뉴 개발에 착수했다. 한 팀장을 포함해 청와대 만찬 준비 경력이 있는 셰프 등 수십 명이 매일 머리를 싸맸다. 최종적으로 ‘부산의 봄’을 주제로 정해 부산어묵, 철마 한우, 동래 해물파전 등 부울경 지역 제철 식재료를 사용했다. 특히 특정 음식 알레르기나 채식주의자(비건) 등의 특이식성에 맞추기 위해 가장 공을 들였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영국 등 시그니엘 부산 외국인 셰프의 사전 시식도 꼼꼼히 거쳤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에게 제공된 기장 철마 한우 등을 이용한 스테이크(왼쪽)와 디저트. 시그니엘 부산 제공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에게 제공된 기장 철마 한우 등을 이용한 스테이크(왼쪽)와 디저트. 시그니엘 부산 제공

호텔 측은 실사단 8명에게 맞춤형 감동을 주기 위해 국적별로 대표 와인을 준비했다. 루마니아와 스위스 와인의 경우 수출 업체를 찾기 어려워 애를 먹기도 했다. 한 팀장은 “요리사들이 실사단의 특이식성을 맞추는 일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면서 “각국 실사단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한식을 양식 등과 조화롭게 접목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실사단에 제공된 모든 메뉴는 사전에 정부·부산시와 철저히 의논해 결정됐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를 활용한 디저트 등 ‘K콘텐츠’를 가미한 메뉴도 적극 반영됐다. 실사단은 특히 시그니엘 부산 중식당 ‘차오란’의 정용재 셰프가 한국의 등심 스테이크와 트러플 등을 가미해 개발한 짜파구리에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이 짜파구리는 조만간 시그니엘 부산의 다이닝 메뉴로 선보일 예정이다.

시그니엘 부산은 실사단의 3박 4일 부산 일정 중 조식을 제외하고 오찬과 만찬으로 총 5차례 식사를 제공했다. 이 중 지난 4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만찬을 제외하고 총 4회를 외부 케이터링 형식으로 진행됐다. 끼니마다 셰프 15명과 직원 15명 등 평균 30여 명이 식사를 준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실사단은 부산의 음식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케르켄테즈 BIE 사무총장은 “배가 너무 불러서 지금 단추가 안 잠길 정도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여수엑스포 때도 한국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음식은 부산이 더 좋다”고 평가했다. 호텔 측은 다이닝 메뉴로 ‘2030엑스포 섹션’을 별도로 구성해 실사단의 극찬을 받았던 음식을 시민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 팀장은 “실사단 모두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해 식사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음식을 다 비웠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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