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환경, 빈곤…영화로 지구촌 문제와 해법을 모색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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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변지윤 외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들
130여 편의 다양한 영화 소개
‘사람, 번영, 지구, 평화, 협력’ 5개 영역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 의제 다뤄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토네이도로 쑥대밭이 된 도시의 모습을 그린 영화 ‘인투 더 스톰’ 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토네이도로 쑥대밭이 된 도시의 모습을 그린 영화 ‘인투 더 스톰’ 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1991년 3월 14일, 4월 22일 두 번에 걸쳐 각각 30여 t, 1.3t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특유한 냄새가 나고 독성을 지닌 페놀이 대구의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취수장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정수처리 과정에서 소독제로 투입된 염소와 만나 지독한 악취를 유발했다. 당시 대구 시민들이 수돗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신고했으나, 취수장 측은 원인에 대한 진상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다량의 염소 소독제를 투입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페놀에 오염된 물은 낙동강 물줄기를 타고 부산과 경남 밀양, 함안, 마산 등 경상도 전 지역에 피해를 주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마실 물조차 부족해 괴로웠을 뿐만 아니라 구토, 두통, 설사, 피부 질환 등을 호소하며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이 사건을 19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 중 1위에 선정했다.

폐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드러난 전자 회사의 모그룹 대표가 물러나고 관련자들이 구속되었으며 환경처(지금의 환경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관련 기관 공무원들이 교체됐다. 이후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만들어졌고 1991년 대검찰청에 환경과가 설치됐으며 공장 설립 기준이 강화됐다. 또 허술한 공장 관리로 엄청난 양의 페놀 원액을 유출한 전자 회사의 소행에 시민들이 분노했다. 시민들은 전자 회사의 모그룹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바로 이 사건을 재구성해 제작됐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했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소속 부서와 관련 없는 일까지 하는 등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만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폐수 유출 장면을 목격한 주인공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한 번 고군분투한다. 회사 폐수 문제를 누구보다도 용기 있고 끈기 있게 해결하는 세계시민을 이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환경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기업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는 기후위기와 환경, 빈곤과 불평등, 전쟁과 난민 등 인류의 당면 문제를 영화를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들은 교육부, 교육청의 위촉을 받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들이다. 저자들은 영화를 통해 유엔 총회가 설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핵심 가치인 ‘사람, 번영, 지구, 평화, 협력’을 구조화해서 세계시민교육의 정수를 보여준다. 유엔은 2015년 제70차 총회를 열고 ‘사람, 번영, 지구, 평화, 협력’ 5개 영역에서 2030년까지 달성할 17개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해 17개의 목표를 세웠다. 17개 목표는 빈곤층 감소와 사회안전망 강화, 건강하고 안전한 물 관리, 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 해양·육상 생태계 보전, 지구촌 협력 강화 등이다. 책에 언급된 130여 편의 영화는 17개 목표에 들어간 다양한 의제를 다룬다. 영화 속 인물들이 다양한 지구촌 문제를 경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 표지. <선생님, 우리 영화로 세계시민 만나요!> 표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빈번해지는 재난 발생을 다룬 영화들도 눈길을 끈다.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배경인 ‘해운대’, 백두산 화산폭발이 소재인 ‘백두산’,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토네이도로 쑥대밭이 된 도시의 모습을 그린 ‘인투 더 스톰’은 모두 자연 재난을 다룬 영화다.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은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년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발생한 자연재해가 이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재난은 과거에는 주로 자연 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뜻했으나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구조가 변화한 오늘날에는 사회적, 인적, 기술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까지 재난으로 본다. 재난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 도시, 지자체들의 노력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독일의 ‘펠트하임’ 지역과 덴마크의 ‘삼쇠’ 지역은 화석연료, 원자력 에너지 등 외부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마을공동체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국내에도 서울 은평구, 경남 거창군, 전북 완주군 등 에너지 자립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저자들은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지구촌 문제를 더욱더 깊이 고민하고 넓게 탐색하면서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류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를 이해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변지윤 외 지음/살림터/324쪽/1만 9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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