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살 빼는 주사 열풍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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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등장하는 동탁은 성격이 포학하면서도 아주 뚱뚱한 인물로 묘사된다. 부하 여포에 의해 살해된 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넣고 불을 붙였는데 지방이 연소하면서 보름 동안이나 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조선시대 27명의 왕도 대부분 비만이었다. 12첩 반상 등 호화로운 식단 때문으로 쉽게 짐작된다. 특히 ‘고기덕후’로 알려진 세종대왕은 어릴 때부터 사냥이나 체력 단련보다 책 읽기를 좋아해 나이 들어 비만, 당뇨로 고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국왕 헨리8세는 젊었을 때는 늘씬한 미남이었는데 매일 파티를 즐기며 체중이 143㎏까지 늘었다. 결국 다리 혈관에 이상이 생겨 55세에 사망했다.

비만이 본격 사회문제가 된 것은 현대에 와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좀 통통해야 미인으로 불렸고 중년 남성의 뱃살은 부의 상징처럼 받아들였다. 1970년대 후반까지 우량아 선발 대회가 큰 인기를 누린 것도 같은 이치다. 비만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사전적으로 비만은 체내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말한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정의했다.

이제 비만과 다이어트는 현대인의 최대 관심사다. 부작용이 없고 획기적인 탈모 치료제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함께 비만 치료제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시장 규모가 71조 2260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성장 속도가 인공지능(AI)이나 2차전지보다 빠르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주사형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했는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식욕을 줄이는 원리다. 비만 환자가 매주 1회 68주간 이 주사를 맞으면 약 15%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한다. 테슬라 CEO 머스크도 체중 감량 비결로 이 약을 소개해 신드롬에 동참했다. 처방전이 있어도 약을 구하기 힘든 품귀현상까지 벌어진다. 국내에도 올해 내 들어올 예정이어서 비만인들의 기대가 크다. 물론 구토나 불쾌한 감정을 동반할 수 있는 등 부작용 우려를 완전히 씻지 못했다. 체중 감량이 오랜 습관의 장기적 변화라는 점에서 보면 약물보다는 여전히 평소의 식습관과 운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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