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 전락’ 노포동 버스터미널, 접근성 떨어지고 ‘3중 규제’에 발목… 성장 동력 상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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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AG 대비 급하게 조성
부산역·공항 연계 효과 떨어지고
광안리 등 주요 관광지 이동 불편
각종 규제로 개발 방안 거푸 무산
복합 문화 공간 통한 인구 유입
공공성 띤 개발 등 활성화 시급

부산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이용객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감하고 있다. 11일 오후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승강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이용객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감하고 있다. 11일 오후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승강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금정구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은 연료가 떨어져 가는 버스와 비슷한 상황이다. 안팎의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동력을 상실했고, 만성 적자의 애물단지가 최종 종착지가 될 수 있다. 종합버스터미널이 기능을 상실하면 철도가 가지 않는 장소로 이동하는 교통약자의 발이 묶일 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졸속 추진…산적한 문제 속속 터져

동래구 온천동에 있던 부산고속터미널과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을 합쳐 2001년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이 탄생했다. 부산 외곽인 금정구 부산교통공사 부지에 들어선 터미널은 연면적 1만 2000여㎡에 지상 4층 규모로서 전국적으로 봐도 대형이었다. 민간사업자가 짓고 20년간 사업권을 갖는 형태였다.

당시 부산시는 터미널이 시내 중심에 있어 교통 체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곽으로 옮겼다. 상수도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묶여 있는 부지이지만 지하철과 환승체계를 구축해 대중교통 서비스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터미널 이전 이후 고속버스의 경부고속도로 진입 시간이 30분 정도 짧아지고 시내에서 대형버스 운행이 줄어 시내 교통 흐름이 좋아지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추진 당시 산적해 있던 문제가 속속 터져 나왔다. 상수원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자연녹지지역 규제로 묶여 시설 확장이나 개발 등을 어렵게 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철도와 항공편의 발달이라는 시대 변화에 따라 고속·시외 버스 승객 감소가 이어졌다. 장기적으로 터미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향후 상업 시설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인 계획 없이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시내 도로에서 고속버스를 사라지게 할 목적에서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을 추진하다 보니 급하게 결정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방치가 위기로…가속페달 밟아

변화가 없으면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은 애물단지로의 전락이 불가피하다.

터미널의 경영적 측면에서는 접근성이 가장 큰 문제다. 부산역, 공항 등 주요 교통시설과 멀어 연계 효과가 없는데다 광안리와 해운대 등 주요 관광지로의 이동도 불편하다. 대부분 시외버스는 해운대와 동래 정류소에서 승·하차할 수 있어 승객은 굳이 노포동까지 갈 필요가 없다.

대안 마련 측면에선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2010년도부터 부산시, 부산교통공사 등이 추진한 터미널 활용 방안 용역이 중단된 것도 규제로 시설 확충이 불가해 대안 모색이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의 ‘2040부산도시기본계획’에 노포동 일대가 포함돼 있지만, 터미널 활용 방안은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터미널 살리기’는 이전처럼 말뿐인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상업·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유동 인구를 유입해 터미널 일대를 회생시키는 방안이 전국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터미널 부지를 줄이고 문화 시설이나 공공청사 등으로 부지 활용을 계획 중이다. 줄어드는 이용객 수에 대비해 생존을 위한 활로를 모색 중인 것이다. 부산종합버스터미널 관계자는 “과거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오겠다고 문의한 적도 있었다. 규제가 많다 보니 결국 발을 뺐다”며 “사람이 찾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거나 개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스터미널은 서민의 장거리 교통수단인 만큼 공공적 차원에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터미널 활성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광역경제권 조성에도 터미널이 활용될 여지가 있다. 김회경 동아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노포동 터미널은 기장군과 경남 양산시 등과 인접해 있다. 향후 지하철이나 도심항공 모빌리티가 구축되면 광역 교통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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