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심리 위축·고금리… ‘이중고’에 쌓이는 중고차 재고량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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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산 중고차매매, 전년비 7% 감소
자영업자·젊은 층 등 주고객 지갑 닫고
불황 탓 재고량 속도 이례적으로 빨라
업계, 매매 단지 이전 등 생존 전략 모색
줄폐업 우려 속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부산 중고차 업계가 경기 불황과 고금리 영향으로 매출이 줄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고차 주요 고객인 자영업자와 젊은 층이 지갑을 닫으며 재고가 쌓이고 있다. 부산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중고차 업계가 경기 불황과 고금리 영향으로 매출이 줄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고차 주요 고객인 자영업자와 젊은 층이 지갑을 닫으며 재고가 쌓이고 있다. 부산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부산일보DB

경기 불황과 고금리로 부산 중고차 시장에도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쳤다. 중고차의 주요 고객인 자영업자와 젊은 층이 지갑을 닫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일부 중고차 매매단지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등의 이유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우후죽순 생겼던 부산 매매단지의 지형에 변화가 예고된다.

13일 부산시 중고차매매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부산의 20개 중고차 매매단지의 총 판매량은 2021년 7만 8569대에서 지난해 7만 3175대로 약 7% 감소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한 매매단지는 사직오토랜드 2단지(6186대)로 유일하게 6000대를 넘었다. 이어 신사상단지(5743대), 반여강변단지(5586대), 부산감만단지(4842대) 등의 순이었다. 2021년에는 6000대 이상 판매한 단지가 3곳(신사상, 사직오토랜드 1단지, 반여강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곳에 불과했다.

중고차 업계는 판매량 감소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고차는 시장에 계속 나오는데 수요는 크게 줄어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부터 불황이 계속된 탓에 중고차 주요 고객이 차량을 구매하지 않거나 미루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중순부터 금리가 급격히 치솟는 바람에 할부로 차를 사는 고객의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말 중고차 할부 금리는 19%대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했다. 불과 1분기 만에 5~8%포인트(P) 이상 오른 것이다.



부산의 한 중고차 매매업자는 “제3금융권인 중고차 할부 금리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14~16% 수준에 머물러 높다. 보통 한 달에 25~30대 정도 팔았지만 지금은 절반도 못 팔고 있다”며 “현재 체감하는 중고차 시장 상황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온다”고 밝혔다.

중고차 시장이 어려워지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부지 이전 등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지난해 부산에서 세 번째로 차를 많이 판매한 해운대구 반여강변단지는 내년 12월까지만 현재 부지에서 영업한다. 부지(1만 699㎡) 소유 업체가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립을 계획하면서 임대차계약이 내년 말로 끝난다. 반여강변단지는 2025년부터 다른 곳에서 영업하기 위해 대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연제구 새연산매매단지도 2025년 9월까지 영업하고 부지를 옮긴다. 부지 소유주인 GS건설은 향후 아파트 건립 등 건설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또 다른 중고차 매매업자는 “코로나 2년 차부터 중고차 시장 경기가 안 좋아졌다. 요즘엔 대당 50만~100만 원 정도 손해를 보면서도 차를 판다”면서 “앞으로 문을 닫는 중고차 매매단지가 부산에서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매업자는 대부분 임대료를 내는 영세사업자다. 부산시가 대구나 울산처럼 대단지 부지를 매입해 공공 성격의 매매단지를 운영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업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기 때문에 중고차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2020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 사업은 지지부진했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가 지난해 3월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 고금리로 국내 중고차 시장 전체가 크게 타격을 받았다”며 “올해 들어 금리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대기업 진출 등으로 인해 중대형 업체와 영세 업체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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