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대안 ‘협동조합 택시’ 부산 첫선 보이나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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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한택시 조합 설립·사업설명회
사납금 부담없이 조합원이 운행
부산시 "법 위반 감독 강화할 것"

부산역 택시 승강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역 택시 승강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2년 전 부산에서 추진되다 무산된 협동조합 택시가 출범 초읽기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두 번째 폐업 택시회사가 등장한 가운데 법인 택시회사의 사납금 부담이 없고 개인택시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협동조합 택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동조합 경한택시는 13일 "부산 동구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14일 2차 사업설명회를 연다"고 밝혔다. 경한택시는 지난달 20일 부산 남구청에 조합 설립을 신고하고 법인 등록과 택시 양도·양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협동조합 택시는 출자금을 내고 조합에 가입한 운전사가 총 매출에서 조합비, 4대 보험, 유류비, 세금, 조합발전기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수익으로 하는 사업 구조로 운영된다.

협동조합 택시는 수익성 악화로 난관에 봉착한 택시업계의 대안으로 꼽힌다. 법인 택시회사의 경우 기사에게 사납금 부담이 있고, 개인택시의 경우 자격 조건 등 진입장벽이 높다. 따라서 기사가 개인택시 면허보다 저렴한 수준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에 가입해 사납금 부담 없이 개인택시처럼 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경한택시 출범을 주도한 이들은 2년 전 추진되다 택시 양도·양수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무산된 한국택시부산협동조합의 비상대책위원회 출신이다. 신진 경한택시 이사장은 “지금 택시업계 상황에선 대안이 이것밖에 없다고 본다”며 “협동조합법과 택시발전법이 충돌하는 지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최초로 폐업한 대도택시에 이어 업력 45년 차 금륜산업도 폐업을 예고해 줄폐업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약 두 달간 휴업했던 금륜산업은 지난달 29일 폐업 안내 공고를 내고 이달 30일까지만 영업한 뒤 폐업한다고 밝혔다.

공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금륜산업의 누적 적자는 29억 5300만 원, 2022년 한 해 손실은 13억 1300만 원이었다. 근로자와의 최저임금 소송으로 회사 토지가 가압류돼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도 불가능하다.

협동조합 택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제도적 한계도 예상된다. 조합원에게 출자금을 걷는 운영 방식이 택시발전법과 맞지 않고, 기사가 노동자와 사업자의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어 고정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낮다면 노동법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는 앞서 협동조합형 택시가 내부 잡음으로 무산된 전력이 있는 만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대구 등 다른 지자체 협동조합 택시에서 횡령이나 사기 등 내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었다”며 “자격을 모두 갖췄는지 꼼꼼히 검토하고 향후 운영 중에도 택시발전법이나 여객운수법 등을 위반하는 도급제나 지입제로 운영되는지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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