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침식 가속화되는데… 정비사업·복합 대응 ‘하세월’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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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수욕장 침식 전국 최악

연안정비계획 대상 선정 불구
송정해수욕장 시행 시기 미정
290억 원 예산 들인 해운대
이안류·태풍 영향 A→C등급
인근 토지 매수·완충지 확대
전문가, 다양한 대안 검토 촉구

부산지역 해안가 침식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백사장 면적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최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지역 해안가 침식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백사장 면적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최근 전경. 부산일보DB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해안가 침식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공 구조물 설치, 양빈(침식을 막으려고 해안에 모래를 붓는 일)사업 등 사후적인 연안정비에 더해 연안 매입을 포함한 사전 대응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산 문제로 연안 정비는 ‘하세월’

지난해 연안 침식 실태조사에서 D등급을 받은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은 해양수산부의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 대상지로 선정됐다. 송정해수욕장의 경우 2029년까지 총사업비 298억 원을 들여 모래 30만㎥를 투입하고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구조물인 돌제를 설치하는 등 정비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사업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연안정비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예산 문제로 한계가 있다 보니 침식 정도에 따라 연안정비사업 순서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에서 2조 3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들여 연안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공 구조물 설치 중심의 연안정비사업이 완벽한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연안정비가 진행되면 일정 기간 침식 상태가 호전되지만 이안류, 태풍 등으로 점차 백사장 면적이 줄어든다. 예산 290억 원을 투입해 백사장을 정비했지만 A등급에서 다시 C등급으로 하락한 해운대해수욕장이 대표적인 예다. 또 인공 구조물이 다른 지역의 침식을 유발하기도 하고, 적지 않은 유지·보수 비용도 지자체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19년 발표한 연구에서 '정부가 20년 가까이 3000억 원 이상을 연안 정비에 투입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나 경제성 측면에서 미흡한 결과를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안 매입 등 복합 대응책 필요

전문가들은 기후 악화로 인해 연안 침식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연안 인근 토지 매입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수중방파제 등 구조물 설치뿐만 아니라 연안 일대에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침식과 퇴적 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완충 지역을 늘리는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환경부 산하 정부조직인 프랑스 연안보전협회가 해안 침식 등 재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선정하고 보호가 필요한 연안지역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침식 대책을 마련한다. 해수부도 이러한 대안을 적용하고자 동해권과 서해권에서 각 1곳을 정해 재해 완충공간을 확보하는 ‘국민안심해안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침식 위험이 높은 해안의 토지를 매입하고 그 완충공간을 친환경 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해안가와 주택가가 인접한 부산과 같은 도시의 경우 토지 매입이 쉽지 않지만 도시계획을 설정하거나 공간관리기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완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침식 위험이 있는 해안가 인근의 경우 고밀도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또 수중식물 등 자연친화적인 구조물을 설치해 해안 침식을 막는 방안도 제시된다.

윤성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안가를 자연상태로 두면 침식과 퇴적 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만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면 해안선이 전진도 후진도 하지 못하는 땅으로 변해 버려 인근 지역 침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수립하거나 해안가 인근을 개발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완충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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