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비난한 홍준표 해촉… 깊어지는 내홍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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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회의서 상임고문 면직
김기현 "관례 따른 정상화"
'김재원 거취' 발언이 원인인 듯
홍 시장 “어이없는 당” 분노 표출
이준석 "다른 의견엔 몽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실언에서 시작된 국민의힘의 내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연일 ‘언행 조심’을 당부하고, 13일에는 당 윤리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기강 다잡기와 조직 재정비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지도부에 비판적 발언을 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의 당 상임고문 해촉을 두고 내부 분란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에서 그동안 공석이던 당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당무감사위원장에 신의진 전 의원 선임을 의결했다.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최 행사에서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당내 비판이 비등한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 의미도 있다.

그러나 최고위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홍 시장의 상임고문 해촉을 결정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김 대표는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여러 가지 논란이 발생하는 부분을 당대표가 결심해 정리한 것”이라며 “현직 시장으로서 상임고문 자격까지 갖고 여러 논란의 말씀을 하는 것보다는 대구시장으로서 시정에 집중하라는 취지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대구시청에서 발언 중인 홍준표 시장.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대구시청에서 발언 중인 홍준표 시장. 연합뉴스

홍 시장이 최근 인터뷰와 SNS 메시지를 통해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을 한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당 지도부를 연일 비판한 것이 해촉 결정의 직접적 배경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 “특정 목회자가 우리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의 눈치를 보는 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며 “그동안 수차례 자중을 촉구했음에도 오히려 당 내외에서 이를 증폭하는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홍 시장을 작심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홍 시장의 최근 윤석열 대통령 관련 발언이 당 지도부의 강경 대응을 불렀다는 시각도 있다. 홍 시장은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 “국민들이 정치력이 없는 대통령을 뽑아 놓고, 정치 초보 대통령을 뽑아 놓고 노련한 3김 정치와 같은 대화와 토론하고 타협하고 이런 식으로 해 달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야당 등의 비판을 반박하는 취지이긴 하나, 대통령실 내에서도 대통령의 정치력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불편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해촉 결정이 알려지자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이어 글을 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강단 있게 당대표를 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 있게 한다”면서 “어이없는 당이 되어 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비윤(비윤석열)계도 가세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겠나”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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