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교량의 도시 부산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은 흔히 ‘삼포지향’(三抱之鄕)으로 불린다. 수많은 산과 바다,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리적 여건은 살기 좋은 자연환경을 제공하지만, 도시 발전에 장애가 되거나 생활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부산은 바다, 산, 하천에 가로막혀 길을 멀리 돌아가야 하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한때 인구 400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 도시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시가지가 길고 들쭉날쭉한 해안을 따라 형성되거나 산지를 끼고 뻗어 나간 탓이다. 이 바람에 시내 도로는 곳곳에서 교통 체증과 병목 현상을 빚고 통행 시간이 길어지는 등 만성적인 교통난을 불렀다. 이런 사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설이 바다나 강 위에 놓인 다리와 산을 뚫은 터널이다. 부산이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는 교량과 터널이 전국 어느 도시보다 많은 이유다.

특히 부산에 건설된 교량은 모두 473개로 ‘교량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바다와 폭이 넓은 낙동강에 대규모로 설치돼 다리 명칭에 ‘대교’가 붙은 큰 교량이 유독 많다. 다양한 형태로 해안순환도로를 이루는 광안·부산항·남항·을숙도·신호·가덕·거가대교가 대표적이다. 7개의 해상대교는 도시 랜드마크와 사람과 물류를 실어 나르는 대동맥 역할을 하며 관광 자원과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인프라다. 중구와 영도를 잇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 무려 14.8km의 길이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로도 유명하다.

낙동강에는 하굿둑과 남해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위에 조성된 다리와 구포·화명대교 등 8개의 대교가 있다. 강서구를 비롯한 서부산권 개발과 함께 건립되고 있는 사상·대저·엄궁대교가 개통하면 낙동강을 횡단하는 대형 교량은 11개로 늘어난다. 이 밖에 서낙동강, 수영강, 온천천, 동천 등지에 크고 작은 교량이 즐비하다.

부산시는 17일 전체 교량과 대형 판매시설, 공사장, 노후·고위험 시설 1394곳을 대상으로 두 달간의 대대적인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 5일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 붕괴사고와 304명이 희생된 4·16 세월호 참사 9주기를 계기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부산의 대형 교량마다 교통량 증가세를 보여 붕괴사고가 일어날 경우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 1994년 10월 21일 서울 한강 성수대교 붕괴로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대형 재난 예방을 위해 철두철미하게 점검할 일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게 안전이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