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커피도시 도약하려면 부산신항에 커피 특화단지 만들어야”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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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정책과제 보고서

“남컨부두 또는 배후단지에 조성”
수입 원두 가공 고부가가치화
커피 제조업·산업 시너지 기대

글로벌 커피도시인 호주 멜버른에서 지난해 열린 멜버른 국제 커피 엑스포. 부산연구원 제공 글로벌 커피도시인 호주 멜버른에서 지난해 열린 멜버른 국제 커피 엑스포. 부산연구원 제공

부산 커피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해서는 커피 제조업을 육성하고 부산항 신항에 커피 특화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부산연구원은 17일 ‘해외 커피산업 발전 도시의 동향과 부산의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부두(남컨)에 커피특화 단지를 조성해 커피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연구원은 “현재 입주기업을 모집 중인 신항 남컨이나 조성 예정인 남컨 배후단지에 커피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로스팅, 추출, 동결 건조, 디카페인 커피 가공 등을 한다면 한국 커피 수입 관문인 부산항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산항을 통해 커피 생두와 원두의 90% 이상이 수입되고 있는데, 부산항으로 들어온 생두를 이곳에서 가공까지 할 수 있다면 부산의 커피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법 개정으로 부산항 항만배후단지에 커피 업종 입주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물류업과 제조업 겸업 제한으로 단순 조립이나 가공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제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부산 내 도심에서는 커피 로스팅 때 발생하는 냄새나 연기 때문에 환기 시설 설치 등에 비용이 많이 들고, 민원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남컨에 특화단지를 조성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연구원은 커피 원두 저장과 가공, 유통 등 관련 국내외 커피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마케팅을 전개하면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고 부산을 진정한 글로벌 커피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비슷한 예로 100만 평 규모의 저장시설을 갖춘 벨기에 앤트워프 항만엔 몰렌베르그나티, 파코리니 등 세계적인 커피 전문 물류기업이 입주해 있다. 베트남,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수입된 커피가 이곳에서 가공돼 유럽 곳곳으로 공급된다.

부산연구원은 부산이 거대 항만을 끼고 있는 장점에 더해 기계부품 산업이 발달해 있어 커피 제조 기계, 스마트 로스팅 커피 기계 등 제조업과 커피산업이 만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연구원은 부산처럼 항만을 끼고 있는 해외 도시 사례를 들어 부산 산업 여건과도 비교했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는 매년 10월 커피 축제를 열고 커피 이미지를 굿즈로 개발해 대내외에 커피 도시를 강조하는 사례다. 중국 상하이는 매년 커피산업박람회 등을 개최해 커피 비즈니스 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또 인공지능 커피제조기 ‘코페플러스’가 설치된 로봇 커피 매장을 선보이며 커피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데 앞서 있다.

호주 멜버른 역시 매년 전 세계 1만여 명의 커피 업계 관계자가 모이는 커피 엑스포를 개최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멜버른 도시 활동가가 나서 골목길 보행길 개선 노력을 통해 개성있고 걷기 좋은 카페거리를 조성한 점도 눈에 띈다.

부산연구원 장정재 책임연구위원은 “부산이 한국 내 다른 도시와 달리 진정한 커피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항만도시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며 “남컨 커피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벨기에 앤트워프처럼 생두 수입에서 가공, 유통,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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