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사장님이 지명수배자?… 8년 만에 붙잡힌 보이스피싱 간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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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 피해자에 4억 뜯어내… 징역 5년 6월
지명수배 상태서 펜션 운영하다 경찰에 검거
계곡서 경찰 밀치고 도주극 벌이기도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중국 길림성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간부로 활동하며 4억여 원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8년 만에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천연덕스럽게도 울산 울주군의 한 펜션에서 사장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펜션 인근 계곡에서 경찰을 따돌리려 도주극을 시도하기도 했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18일 범죄단체가입, 범죄단체활동,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2014년 4월 보이스피싱 국내 총책의 제안을 받고 중국 길림성으로 건너가 그해 11월까지 보이스피싱의 팀장급 간부 역할을 맡았다.

이들 조직은 검찰을 사칭하며 “사기범을 검거했는데 당신 명의 통장이 나왔고, 피해자들이 당신을 고발한 상태”라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만들었다.

피해자들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사이트에 입력하면 이를 토대로 피해자들의 돈을 대포통장으로 빼냈다. A 씨는 24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4억 789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

경찰의 지명수배 명단에 올랐으나 자취를 감췄던 A 씨가 8년이 지난 2022년 8월 목격된 곳은 다소 의외의 장소였다. A 씨는 울산 울주군의 한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8월 7일 오전 9시 10분께 경찰 3명은 A 씨에게 체포영장을 보여주며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펜션이 지금 성수기라 예약이 많아 아버지에게 펜션 관련 업무를 인계한 뒤 동행하겠다.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게 “손님들도 많은데 조금 옆에 떨어져 있어달라”고 한 뒤 아버지와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린 뒤 도주했다.

A 씨는 펜션 인근 계곡에서 추격전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히자 경찰 1명을 밀쳐 넘어뜨린 뒤 경찰관의 머리를 계곡물에 밀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계곡에 있던 돌을 들어 경찰에게 내려치려고도 했으나, 해당 경찰로부터 끝내 제압당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콜센터 상담원 역할은 물론 지인들을 범죄단체에 끌어들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 대다수 피해자들에 대해 피해회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다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일부 피해자를 위해 1000만 원을 형사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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