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향사랑기부제 '흥행 참패', 지자체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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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특산품 없어 어렵다” 변명 대신
특화된 답례품 발굴해 관심 끌어야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대와 달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대와 달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처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예상보다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아직 초기라 실망하기엔 이르지만 국민들의 무관심을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부산 16개 구·군과 부산시에 지난달까지 모인 고향사랑기부금 총누적액은 2억 원에도 못 미친다. 경남도와 18개 시군의 지난달까지 총누적액은 11억 9000만 원으로 1분기 목표액의 5.4%밖에 채우지 못했다. 최근 경남도가 목표액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니 벌써부터 이럴 일인가 싶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재정 확충 요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있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의 숨통을 틔우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도입이 너무 늦었다고 아쉬워할 정도로 환영을 받았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외 지자체에 1인당 연간 5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도 받는 제도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되며 10만 원 초과분은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기부 금액 30% 이내에서 답례품도 받는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합해 13만 원의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수지맞는 장사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적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 홍보 부족이 꼽힌다고 한다. 관련법상 지자체가 직접 홍보하지 못하고, 간접 홍보에서도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원색적인 표현은 삼가야 하기에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관계자가 “도시에 있는 지자체에는 이색적인 특산품이 없어 기부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또는 “제도 시행 초기라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니 문제의 본질이 지자체에 있음을 짐작게 한다. 고향에 가면 너무나 흔하고 인터넷에서도 다 살 수 있는 것을 받겠다고 일부러 기부금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에서 2008년 ‘고향세’를 시작했을 때는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엄청난 답례품 경쟁을 하면서 심지어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지자체까지 있었다고 한다. 뭔가 특화된 답례품을 내놓아야 기부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지자체가 지역의 특별한 자원을 발굴하는 과정에 정성을 쏟아부을 때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된다. 일본도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에는 기부금이 85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8조 원을 넘을 정도로 증가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답례품의 범위를 지금보다 넓히는 등 불합리한 제약에 대해선 제도적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고향사랑기부제 흥행 참패에는 무엇보다 지자체 책임이 크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지자체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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