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무단 가동 ‘짝퉁’ 생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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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열 발산 구역 4곳 식별" 보도
남은 원자재·장비로 압력밥솥 등 만들어
통일부 "재산권 침해, 책임 묻겠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최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남측 기업들이 두고 온 공단 내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파악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2월 24일 개성공단을 열적외선으로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일부 공장이 붉은색으로 나타나 활발히 가동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열적외선으로 온도를 감지하면 온도가 높은 곳은 ‘붉은색’으로 나타나는데 열을 발산하는 붉은색 구역이 4곳 식별됐다.

RFA는 경북대 국토위성정보연구소 정성학 부소장을 인용해 고열이 발생하는 공장 4곳은 전자공장 2곳, 섬유공장 1곳, 제조업 공장 1곳이라고 밝혔다. 정 부소장은 RFA에 “제조업 공장 건물 1동이 유난히 붉은색으로 12도의 고열을 발산하고 있다”며 해당 시설이 가동 중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제조업 공장은 밥솥 등의 생산시설이 있는 곳이다. 정 부소장은 또 전자공장 2곳 중 1곳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인 사마스전자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2016년 2월 전면 폐쇄된 개성공단 내 125개 한국 기업 소유 공장 중 30여 곳을 현재 무단 가동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재산권 침해일 뿐 아니라 남북 투자보장 합의서와 개성공업지구법 위반에 해당한다.

RFA는 최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쿠쿠전자가 개성공단에 두고 간 설비와 원자재를 이용해 전기밥솥을 생산하고 ‘비음성 압력밥가마’라는 상표를 붙여 평양백화점 등에서 판매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짝퉁 쿠쿠’의 경우 6인분 밥솥은 50달러, 10인분 밥솥은 80달러에 판매된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개성공단 공장 무단 가동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과거보다 좀 많은 북한 근로자가 출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북한에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필요한 배상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강력히 규탄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본격 가동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맞서 공단 가동 전면 중단으로 대응했다. 대부분 기업은 설비와 자재 등을 그대로 두고 철수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기업들의 공단 재가동 희망과 남북관계 개선 여지를 차단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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