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 발굴 ‘민관 조사단’ 꾸리자”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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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협회, 18일 한국 정부에 제안
최근 일본 시민단체와 현장 답사
매장지 내 역사관 조성 추진키로
양국 정치권도 “조기 봉환” 촉구

마이즈루 추도 모임의 하시모토 에이지 사무국장이 지난 4일 일본 마이즈루에서 우키시마호 침몰 장소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제공 마이즈루 추도 모임의 하시모토 에이지 사무국장이 지난 4일 일본 마이즈루에서 우키시마호 침몰 장소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제공

한·일 시민단체가 해방 직후 침몰한 귀국선 ‘우키시마호 사건’(부산일보 2월 3일 자 1·2·3면 등 보도) 희생자의 유골을 발굴·봉환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안을 놓고 ‘일방적 양보’ 논란에 휩싸인 만큼 한국 정부가 국면 전환을 위해 유골 봉환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추모협회)는 18일 부산 서구에서 열린 ‘일본 마이즈루 답사보고회’에서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 봉환, 일본 내 집단 매장지 조사를 위한 ‘민관 조사단’ 구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김영주 추모협회 회장은 “일본 시민단체와 마이즈루 주민 모두가 적극 협력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나설 경우 유골 봉환 사업은 양국 간 상징적인 민간 평화사업이 될 것”이라면서 “해방 78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연고 유골들이 보관된 일본 서광사 일대와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비를 둘러보는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제공 무연고 유골들이 보관된 일본 서광사 일대와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비를 둘러보는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제공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 일부는 현재 도쿄의 사찰 유텐지에 보관돼 있다. 1971년 6월 유텐지로 옮겨진 뒤 3차례에 걸쳐 241구가 봉환됐고, 현재 280구(남한 출신 275구, 북한 출신 5구)가 남았다. 나머지 유골은 침몰 장소 인근에서 집단 화장됐거나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키시마호는 4730t급 해방 귀국선이다.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4일 마이즈루만 앞바다에서 폭침됐다. 최소 5000여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가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모협회와 유족회 등은 지난 3~5일 일본 시민단체 ‘우키시마마루 순난자를 추도하는 모임’(마이즈루 추도 모임)의 초청을 받아 우키시마호 희생자 집단 매장지인 마이즈루항 일대를 답사했다.

오래전부터 지목돼 온 집단 매장지는 우키시마호 침몰 장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시모사바가 공원 인근 수변도로, 군사시설인 마이즈루교육대 영내, 마이즈루 한 초등학교 앞의 공터 등이다. 추모협회 측은 이번 답사 내용을 토대로 민관 조사단이 유골 발굴·봉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제공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 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제공

추모협회 측은 “10군데가량 매장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무로 뒤덮이거나 해안도로 등이 건설된 상태”라면서 “마이즈루교육대 영내에는 직접 들어가지 못했다. 마이즈루 추도 모임의 시나다 시게루 회장은 많은 시신이 이곳 부근에서 화장됐거나 매장됐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유족단체 등은 앞서 2012년 스쿠버 다이버를 대동해 수중 유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바닥에 쌓인 펄로 인해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다.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 봉환 사업에는 현재 한·일 시민단체와 함께 정치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홍걸(무소속)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희생자 유해 조사와 봉환을 촉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본 국회에서 구라바야시 아키코 일본공산당 의원이 “희생자 유골을 조기 봉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답사에 나선 한·일 시민단체는 유골 봉환과 함께 양국에서 진행하는 여러 추모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추모협회는 현재 서울 용산구에 우키시마호 추모공간을 포함한 추모평화공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뿔뿔이 흩어진 희생자 유골과 관련 기록을 한데 모아 ‘잊힐 위기’에 놓인 우키시마호 사건을 기억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현지에 남은 희생자 유골의 봉환은 지지부진한데다 과거에 국내로 반환된 유골은 추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 방치됐다. 더불어 우키시마호 사건을 기억하는 생존자와 자녀들은 80대 이상 고령에 접어들어 증언 등의 기록 수집이 시급한 상황이다. 추모협회와 유족회는 이번 마이즈루 답사보고회에서 마이즈루에 역사관 조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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