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서도 전세사기 비상, 맞춤형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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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잇단 죽음, 전국 곳곳 시한폭탄
정부·국회 ‘사회적 재난’ 극복 앞장서야

전세사기 피해자 백이슬 씨가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 백이슬 씨가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세입자의 목숨을 앗아 간 전세사기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20~30대와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인천과 동탄 신도시 등 수도권을 넘어서 전국적으로도 유사 피해 사례가 넘쳐 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빌라와 오피스텔 90호실 정도를 소유한 부부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잠적하는 바람에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는 시기를 파고든 전세사기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하락 국면이 겹치면서 그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키우고 있다. 지금 전국 곳곳이 시한폭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세사기 일당은 돈 한 푼 없이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쓴다.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깡통전세’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도 어느 정도 관여돼 있는 것 같다. 다세대 주택 같은 건물이 통째로 공동 담보로 잡힐 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다세대 주택에 주로 거주하는 사회초년생과 서민층이 전세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부산에서 속속 터져 나오는 전세사기 사건들은 이렇듯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들이 얽혀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당정은 2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경매 우선매수권, 저리 대출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여야 정치권도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 지원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전셋집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는 내용의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종료 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피해액을 먼저 보상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조치들인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도 있으나 젊은이들의 잇단 죽음 앞에서 서둘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먼저다.

피해자들은 이미 전국 단위 협의체를 만들어 대책 촉구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악성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금융사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정부 잘못을 생각하면 부정할 수 없는 지적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회·지지체와 적극 협력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앞서 말했듯 정교한 맞춤형 정책 대안을 찾아내는 데 있다. 금융권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청년과 서민을 배려하는 더 많은 대책을 내놔야 함은 물론이다. 전세사기로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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