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넷플릭스, 통 큰 한국 투자 결정은… 외신 “K콘텐츠에서 활로”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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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윤 대통령 방미 성과 보도
세계서 통하는 K드라마 확보해
치열한 경쟁 속 성장 동력 삼아
OTT·극장용 작품 경계 사라져
한국 영화 위기 더 부추길 수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의 거대 업체인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에 외신도 관심을 보였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의 거대 업체인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에 외신도 관심을 보였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기간에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대표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 금액의 배에 달한다. 외신들도 넷플릭스의 K콘텐츠에 대한 통 큰 투자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투자 결정 배경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쿨한 K콘텐츠가 생존 전략”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는 지난 1일 게재한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는 이유는’ 기사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배경 등을 분석했다. 넷플릭스의 공동CEO 테드 새런도스는 이번 투자와 관련, “우리가 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우리의 큰 자신감 때문이었고, 우리는 계속해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데이비드 티자드 조교수는 DW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의 ‘K’는 ‘멋있다’(Cool)는 뜻이다”며 한국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음식, 화장품, 게임, 브이로그, 퀴어 콘텐츠, 음악과 드라마 등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가 엄청나다”면서 “접두사 K는 현대성과 풍요로움, 우아함, 그리고 고급은 아니지만 힙한 연상 등 사회적 자본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티자드 교수는 또 “사람들은 더 이상 미국적인 가치만을 특징으로 하는 백인 주도의 작품만을 원하지 않는데, 독특함을 선사하는 K콘텐츠는 완벽한 시기에 도착한 것이다”며 “한국 콘텐츠의 내용은 이국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콘텐츠와 유사한 점이 있다. 한국 콘텐츠는 그 미세한 선을 유난히 잘 가로지른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가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K콘텐츠를 선택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넷플릭스의 수익을 보면 올 1분기에 아시아·태평양에서 146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추가했고, 지난해 3분기에도 140만 명이 유료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북미에서 10만 명, 유럽·중동에서 64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 견줘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BBC는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운영되는 넷플릭스는 이제 아마존과 HBO, 디즈니 등 스트리밍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면서 “넷플릭스는 요금 상승에 따른 이용자들의 부정적 시각을 떠안으면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는 상황 속에 성장을 다시 촉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콘텐츠 빨아들이는 블랙홀 될 수도

DW는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에 한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권정민 부교수는 DW에 “넷플릭스는 한국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창작자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 “퀴어쇼나 여성 중심의 서사, 또는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장르 중심의 드라마 등 소수자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 제작을 수용하지만, 이는 한국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로 위기를 맞은 한국 영화가 더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은 29.2%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 64%에 견줘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 넷플릭스의 대대적인 K콘텐츠 투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OTT용 영화·극장용 영화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면서 “특히 한국 영화가 부진한 시기에 콘텐츠 제작자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고려한다면 OTT 시장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 평론가는 또 “넷플릭스의 투자 총액보다 편당 투자 액수가 얼마인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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