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보드’ 있는 직장보다 ‘주니어보드’ 없어도 되는 직장이 낫다 [MZ 편집국]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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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실무자 의견 반영하는 창구
긍정적 반응 속 보완 필요성도
근본적인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젊은 직원들의 고충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주니어보드’를 가동하는 기업이 많다.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되고 조직 문화 개선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 등에는 한계가 있어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니어보드는 과장급 이하 젊은 실무자들이 정책 결정에 앞서 건의 사항이나 보완점 등을 제안하는 기구다. 조직 문화와 복지의 개선 등을 이끌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사기업을 넘어 지자체, 병원 등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주니어보드는 다양한 부서와 직원을 이어 주는 소통 창구로 적합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근무 환경 등 개인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안건을 다룰 때 적절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하나의 협의체로 개선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구청에서 주니어보드에 참여하는 공무원 A 씨는 “국·과장과 함께 점심을 자주 먹는 문화에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주니어보드가 빈도를 줄이자고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주니어보드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꽤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B 씨는 “주니어보드가 되니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경영진도 우리와 소통을 원한다는 게 느껴진다”면서도 “책임은 지우면서 실질적 권한이나 예산을 통제하는 점은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회의에 배석하기도 하지만 논의되는 정책이나 큰 방향성에 대한 의견은 묻진 않았다고 했다”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만 알리는 듯했다”고 밝혔다.

주니어보드 활동이 부담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C 씨는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사실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이 덜 끝나 더욱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높은 고과 평점을 받아도 기존의 일과 병행하기 때문에 업무가 가중되는 것도 문제다. B 씨는 “낮에는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밤에는 기존 업무를 하다 보니 야근을 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때 자기 검열을 하지 않는 문화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에서 주니어보드에 참여했던 D 씨는 “사내 문화 개선보다는 회사 경영이나 영업 부분을 토론할 목적으로 주니어보드가 운영됐다”며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싫어할 만한 내용은 시작 전에 잘라 버렸다”고 밝혔다.

변화를 위한 주니어보드 운영도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 IT 기업은 별도로 주니어보드를 운영하지 않는다. 평소 수평적인 조직 문화 덕에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E 씨는 “주니어보드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며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문화여서 그런 제도가 필요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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