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광호 콤비마케팅연구원장 “봉변을 피하거나 두려워 말고, 봉변을 당해야 합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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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변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기 계신 분들도 봉변을 당하셔야 합니다.”

지난 9일 롯데호텔부산 3층 펄룸에서 진행된 제16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원우들을 위한 1학기 9번째 강의장. 마이크를 잡은 콤비마케팅연구원 김광호 원장은 난데없이 봉변을 화두에 올렸다.

흔히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봉변은 사실 ‘변화(변·變)를 만난다(봉·逢)’는 뜻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뤄야 하는 경영인들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자세라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골프와 경영’을 주제로 강연한 김 원장은 1시간 30분 동안 ‘봉변’을 극복하고 정상에 우뚝 선 골프 선수들의 사례를 들며 아카데미 원우들의 수긍과 호응을 이끌어 냈다.

전 세계에서 ‘공 좀 친다’는 선수들이 모여 대결을 펼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공과 현재의 정체 상황은 딱 들어맞는 예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 골프는 1988년 구옥희가 처음 우승컵을 든 이후 올 3월 고진영의 HSBC월드챔피언십 우승까지 LPGA 무대에서만 통산 206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끌어냈다.

여기서 김 원장이 주목한 점은 연간 우승 횟수의 변화.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2013년 10승을 시작으로 세 차례(2015, 2017, 2019년)나 연 15승을 수확한 한국 선수들은 2020년부터 우승이 절반 이하인 7회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급기야 단 4승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벌써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올해는 겨우 한 차례 우승으로 체면이 많이 깎였다”며 “이처럼 성적이 저조해진 것은 더 이상 고난과 역경을 견뎌야 하는 미국 무대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는 국내 환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국내 골프대회가 늘어나면서 상금이 점차 오르고, 덩달아 기업의 후원과 팀 창단 등이 잇따르는 골프 열풍과 붐이 되레 독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지 않은 여건이 만든 결과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는 비단 골프계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배부른 호랑이는 더 이상 사냥을 나서지 않는다”며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 신화를 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언급한 ‘스테이 헝그리(stay hungry)’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성공한 기업인들이 창업 당시의 절박함을 잊은 채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정체하거나 되레 뒷걸음질 치는 것을 ‘성공의 복수’로 부른다”면서 “이 자리에 함께한 부산일보CEO아카데미 원우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미셸 위 웨스트와 신지애의 극과 극 조건을 비교해 보이며 객관적인 조건이나 여건이 열악한 ‘언더독’의 성공은 정규전이 아닌 게릴라전에서, 그것도 역발상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역설했다.

재미와 다양한 영상 볼거리가 더해진 이날 강연은 80여 명의 원우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환호를 선사했다.

16기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하상완(본청종합건설(주) 대표이사) 원우는 “거꾸로 매달린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순간 어려운 시기일수록 역발상을 발휘해야 새 길을 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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