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18) 소박한 맛 느껴지는 건강한 인체 표현, 조동벽 ‘여인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동벽(1920~1978)은 부산 1세대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만주에서 태어나 초등교육을 받았으며,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서 중·고등 교육을 받고 일본대학 예술학부 미술과에 진학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한 뒤 귀향하여 금화여고 미술 교사로 재직했다. 해방 후에는 인천공립공업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오해를 받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수용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 시기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담은 드로잉이 남아있는데,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는 1953년 휴전 협정 때 풀려나 부산에 정착하게 됐다.

조동벽은 부산 작가들과 교류하며 1958년 ‘광복절 건국 10주년 경축미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작업 활동을 이어나갔다. 경남미전심사위원 역임, 경남미술연구회, 후기회 등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산교대의 전신인 부산사범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작가는 1978년 지병으로 작고하기 전까지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조동벽의 초기 작품은 주로 군상 누드에 집중됐다. 이후에는 나이프를 이용하여 마티에르를 강조한 추상적인 작품도 발표했다. 만년에는 농촌 풍경 등을 주로 그렸는데, 사생이 아닌 고향 등 자신이 기억하는 풍경을 주로 그렸다.

‘여인상’은 머리에 소쿠리를 이고 앉아서 상체를 드러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인물을 단순화하여 가운데 배치하고 배경을 단색으로 표현, 형태와 구도를 최소화했다. 배경의 색조를 황토 계열로 단순하게 표현한 대신 마티에르를 사용함으로써 미묘한 변화와 재료의 질박함을 더하였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추정되며, 단순화한 구도와 형태가 소박한 맛을 느끼게 해주며 건강한 인체의 표현이 뛰어난 작품이다. 1960년대 한국인의 집합적 기억이라는 보편성과 부산의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를 복합적으로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