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커버 간직하고 싶다”… BIE 실사단 특별기서 생긴 일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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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전한 실사단 기내 풍경

한 달 전 인천행 에어부산 특별기
비행기 타자마자 실사단장 ‘털썩’
사무총장 “울산서 살아 봐” 귀띔
부산 응원 당부 기내방송에 호응
이름 새긴 머리 받침대에 감동

엑스포 실사단의 인천 이동을 위해 이례적으로 대거 투입된 에어부산의 캐빈 매니저급 승무원들. 에어부산 제공 엑스포 실사단의 인천 이동을 위해 이례적으로 대거 투입된 에어부산의 캐빈 매니저급 승무원들. 에어부산 제공

내달 유럽에서 2030월드엑스포 제4차 PPT 경연이 벌어진다. 청사진만 놓고 우열을 겨루던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부산과 리야드, 로마 할 것 없이 한 차례 현장 실사를 거친 상황이다.

부산을 찾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보고서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실사단이 부산을 떠난 지 한 달, 인천행 특별기 BX2030편에서 마지막으로 실사단을 모셨던 '에어부산 어벤저스'가 생생한 마지막 비행을 전한다.


■ 비행기 문이 닫히자 달라진 공기

BIE 실사단의 공식 일정은 지난달 7일 오전 인천행 특별기 앞 환송식이 마지막이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 실사단이 레드카펫을 따라 비행기에 오르고, 비행기 문이 닫혔다.

파트릭 슈페히트 실사단장은 좌석에 털썩 주저앉으며 던진 첫 마디는 "노 플래시"였다. 더이상 미디어 노출이 없어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 부산시민의 유치 열망을 보여주기 위해 동원한 인파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실사단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산에서의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나자 감정 표현을 자제하던 실사단도 그제서야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환송 인파를 촬영하는 등 활기를 보였다. 앙카 앙헬 단원과 완자 로게즈 단원은 승무원이 입은 한복을 보고 "아름다운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고는 동반 촬영을 했다.

노예지 승무원이 “이 옷은 유니폼이 아니라 실사단을 모시려 특별히 맞춘 전통 의상”이라고 귀뜸하자, 디미트리 케르켄테츠 BIE 사무총장은 ‘고맙다’며 자신도 작은 비밀을 하나 알려줬다. 사무총장의 국적은 프랑스지만 어린 시절을 울산에서 보냈다는 것.

그는 “아버지가 현대 그룹에 근무해 울산에서 한 때 살았다”며 “부산과 울산이 차로 1시간 거리니 다음에는 울산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겼다.

캐빈 매니저인 이신옥 과장은 안내용 태블릿을 전하며 넌지시 슈페히트 단장에게 부산 여정이 어땠는지를 묻기도 했다.

실사단 단장이 꼽은 가장 인상깊은 행사는 불꽃축제였다. 그는 “지난 밤 광안대교 불꽃 축제가 너무너무 아름다웠다”고 답했다. 단장은 기념품으로 제공한 특별기 모형을 보고도 연신 ‘어메이징’을 외쳤다.

내용물에 감탄한 단장과 달리 케빈 이삭 단원을 놀라게 한 건 뜻밖에도 기념품을 싼 보자기였다. “한국식 포장과 매듭이 예뻐서 풀 수가 없다”고 탄식해 승무원이 직접 보자기를 풀고 다시 묶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비행기 이륙 후 에어부산이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기내 플룻 연주는 호응이 뜨거웠다. 김민석 매니저가 준비한 아리랑 선율에 단장을 비롯해 아이작 단원까지 동영상을 찍기 바빴다. 앙헬 단원은 “비행기에서 클래식 연주를 듣는 건 처음”이라며 감탄했고, 로게즈 단원은 “내 아이가 막 플룻을 배우고 있는데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줘느냐”고 되물었다.

김 매니저는 “사실 기내 공연이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클래식이나 거리 공연에 익숙한 문화권 출신들이라 그런지 호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명장에게 미리 주문한 한국식 디저트. 에어부산 제공 명장에게 미리 주문한 한국식 디저트. 에어부산 제공

■ 실사단 감동시킨 건 디테일

그럼 과연 어떤 서비스가 글로벌한 실사단의 입맛을 만족시켰을까? 에어부산 승무원은 입을 모아 ‘디테일’을 강조했다.

특히 ‘고객’이란 호칭 대신 한 달 전부터 실사단원의 얼굴과 이름을 외워서 모든 서비스를 이름을 부르며 제공했고, 큰 반향이 있었다고 했다.

특별기 내에 비즈니스 석이 없어 우려를 샀던 에어부산의 약점을 보완한 것도 디테일이었다.

이코노미 좌석에 앉히는 대신 자리마다 좌석 주인의 이름을 자수로 새긴 헤드레스트(목받이) 커버를 준비했다. 사라 카로시엘로 단원 등 3명은 “커버를 가져가고 싶다”며 부탁하기도 했다.

알레르기 등을 고려해 여러 안이 마련됐던 기내식도 무사히 끝나고, 화려한 한국식 디저트가 제공됐다. 이 과장은 "실사단 대부분이 유럽 국적이라 동양의 아기자기한 선물과 음식에 정신을 못차리더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착륙 직전에는 신용석 부기장의 영어 방송이 이어졌다. 원활한 방송을 위해 특별히 근무 스케쥴까지 조정하며 배치한 호주 출신의 조종사였다.

흔한 도착지 안내 방송 대신 부산의 새로운 미래 여정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부탁하는 부기장의 진심이 기내로 방송됐다. 슈페이트 단장은 다시 표정을 숨겼지만, 마뉴엘 자흐리 단원이 엄지 손가락을 척 세우며 호응해 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착륙 수속이 진행됐다.

단거리 노선이 대부분이라 프리미엄 서비스가 없는 에어부산은 특별기 임무를 맡고 한 달 전부터 팀을 꾸렸다. 2주 동안 안병석 대표까지 거들며 이루어진 리허설만 10회 차례. TFT 간사를 맡은 김재수 정비본부장은 “실사단 수화물이 바뀌는 최악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개인별 네임택을 미리 제작하고 수화물마다 다른색의 표시를 부착하는 등 부산의 기억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게 만전을 기했다”며 “환송 행사에 투입된 직원 중에는 비행기가 이륙하자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례적으로 매니저급 승무원만 6명이 투입된 ‘에어부산 어벤져스’였다. 승무원들을 이끈 20년차 이신옥 과장은 한국 고유의 디테일을 살린 준비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외국인의 호응이 컸고, 남은 월드엑스포 유치에도 이런 기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과장은 “‘우리가 국빈을 맞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행사가 끝나고 나니 ‘우리도 중장거리 노선 취항해서 프리미엄 서비스 해야겠다’라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며 “2030월드엑스포를 경험하게 된다면 부산도 분명 그렇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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