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은 노후 전동차 고장, 시민 불편은 안중에 없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도시철도 낡은 열차 운행돼 사고 빈발
충분한 교체 예산 확보로 참사 막아야

14일 저녁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다대포해수욕장역 구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노후 전동차 고장과 탈선 사고로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1호선 한 역의 승강장. 부산일보DB 14일 저녁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다대포해수욕장역 구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노후 전동차 고장과 탈선 사고로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1호선 한 역의 승강장. 부산일보DB

하루 90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하는 부산도시철도가 잊을 만하면 전동차 사고를 일으킨다. 14일 오후 8시 3분부터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에서 다대포해수욕장역 사이 18개 역 구간의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탈선 사고에 따라 전면 중단됐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전동차 운행 중단 구간에 셔틀버스를 긴급 투입하고 다음 날 오전 5시 4분 첫차부터 운행을 정상화했지만, 1호선 이용객을 비롯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매우 낡은 전동차의 고장이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노후 전동차 교체율은 16% 정도에 불과해 당국이 승객 안전과 시민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사고는 당일 오후 7시 14분께 1호선 동대신역에서 다대포행 전동차에 고장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교통공사가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한 뒤 비상 운전 기능으로 사고 전동차를 신평차량기지로 옮기던 중 오후 7시 42분께 신평역에서 전동차가 탈선해 멈춘 것이다. 사고가 난 전동차는 1985년 1호선 개통과 동시에 도입된 극심한 노후 열차로 드러났다. 무려 38년째 운행되다 올해 교체 예정이었다고 한다. 노후 전동차가 출퇴근길에 많은 승객을 태우고 달리다 탈선한 것이 아니라 고장 나 비어 있는 상태에서 비상 운행 중 사고가 일어나 천만다행이다. 자칫 인명 피해가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지하의 탈선 사고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 탈선 사고 전동차처럼 다양한 고장을 일으키기 쉬운 낡은 전동차가 1·2호선에 많이 투입되고 있어 문제다. 도시철도법상 차령 25년이 넘은 노후 전동차는 안전을 위해 교체 대상으로 분류되지만, 2015년부터 시작된 교통공사의 교체 작업이 노후 전동차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노후 전동차는 1호선 360칸, 2호선 168칸 등 528칸인 반면 교체가 완료된 것은 1호선 88칸뿐으로 교체율이 16.7%에 그치고 있다. 도시철도가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일부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장기간 ‘노후 지하철’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노후 전동차 교체율이 저조한 것은 1칸 교체 비용만 10억 원가량인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교통공사의 보다 적극적인 교체 예산 확보 노력과 함께 정부와 시의 관심, 국·시비 지원이 절실하다. 만일 이대로 방치하다가 대형 참사라도 터지면 어쩔 텐가. 최근 5년간 부산에서 일어난 전동차 고장은 71건이나 되고, 지난해 1월 2호선에서 전동차가 탈선해 출근길 포함 4시간 동안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대형 사고 위험이 상존해 있는 셈이다. 노후 전동차 검수를 강화하는 한편 교체 속도와 교체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호 공약 ‘15분 도시’ 실현을 위해서라도 노후 전동차 교체에 힘쓸 일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