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막자” 부산 구·군 조례 제정 잇따른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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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의회, 최근 원안 가결
신고센터·상담 등 예방 명시
수영구·동구 등도 발의 준비
초기 대응·확산 방지에 초점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올 3월 부산 서구청에서 발생한 직원 간 갑질 사건(부산일보 4월 4일 자 10면 보도) 이후 다른 구·군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례가 줄줄이 제정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만큼 공직 사회에서부터 갑질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15일 부산 사하구의회에 따르면, 구의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부산광역시 사하구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를 원안 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신고 센터 설치와 운영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실제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조치 내용이 담겨 있다.

조례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옥 의원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점을 제정 이유로 밝혔다.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이 결국 조직 분위기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한 의원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며 “이번 조례에 신고 센터 설치, 상담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른 부산 기초 지자체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례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영구·동구는 조례 발의를 준비 중이고, 중구·남구는 조례 필요성을 인지하고 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지자체들이 이처럼 조례 제정에 적극 나서는 것은 괴롭힘을 초기에 파악해 내기 위해서다. 간단한 주의로 끝날 사건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발생한 서구청 사건에서 구청 측은 수개월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이 진행됐지만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구청 내 공직부조리센터가 있었지만, 청탁과 횡령 등 다양한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추후 진상 조사에서 해당 부서 직원 대다수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하는 등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다수 추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조례가 제정되면 신고 센터, 상담자문위원회 등을 설치할 수 있게 돼 괴롭힘이 심각해지기 전 개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경우 사후 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도 조례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연제구는 신속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례에 조사위원회 규모와 구성 등을 명시했다. 반면 서구청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고도 일주일 뒤에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었다. 조사위원회 구성이나 규모를 명시한 별도 조례가 없어 외부 기관에 자문을 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번 서구청 직장 내 괴롭힘은 구청 내 조사가 마무리돼 징계 수위가 논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서구청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해 부산시 인사과에 징계 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징계 권한은 시 인사위원회에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있다”며 “징계가 결정되는 대로 서구청에 해당 징계 수위를 통보하면 구청이 대신해서 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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