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트렌드 읽기]봄데의 DTD, 톱데의 UTU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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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와 독특한 현상을 짚어보는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입니다.


2017년 10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 경기를 관람 중인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017년 10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 경기를 관람 중인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KBO리그 선두권으로 뛰어오르니 '톱데'가 여기저기서 소환된다. 특히 올해는 15년 만의 9연승 행진까지 더해진 영향인지 일각에선 "봄이라 롯데가 잘하는 게 아니라, 롯데가 잘하는 날이 곧 봄이다"라고 주장할 만큼 '봄데'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 여기에 나름 한국 프로야구를 잘 안다고 자처하는 팬들은 "나라에 변고가 생기기 전엔 미륵불이 땀을 흘리고 롯데가 자꾸 이긴다" "정치 이야기보다 야구 소식이 더 많은 걸 보니 핵무기보다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는 등의 우스개도 쏟아낼 지경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내팀내)', 이른바 'DTD(Down Team is Down)'의 재림에 대한 걱정과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현대유니콘스 감독 김재박. 부산일보DB 현대유니콘스 감독 김재박. 부산일보DB

원래 DTD는 2005년 김재박 감독이 전년도 통합우승 팀이던 현대 유니콘스가 갑자기 최하위로 떨어진 것에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며 의외로 느긋한 반응을 내놓은 게 발단이었다. 말 그대로 '초반' 성적이니 중반부터 차분하게 반등을 노린다는 말이었으나, 의미가 살짝 와전되며 '4년 연속' 꼴찌를 벗어나 선두까지 넘봤던 롯데의 하락세를 간접 예견한 모양새가 됐다. 마침 롯데는 그해 초반의 돌풍을 이어 가지 못하며 6월부터 부진에 빠졌고, 급기야 9연패로 추락하더니 결국 5위에 머물러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그런데 김 감독도 2007년 새로 지휘봉을 잡은 LG 트윈스에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버리면서 DTD는 처음에는 잘나갔지만 뒷심이 부족한 팀을 놀리는 격언이 됐다.


2007년 9월 2일 가을잔치에 참여할 4위자리를 놓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화와 총력대결을 벌이고 있는 LG의 김재박 감독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일보DB 2007년 9월 2일 가을잔치에 참여할 4위자리를 놓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화와 총력대결을 벌이고 있는 LG의 김재박 감독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일보DB

DTD는 실제 영어 문법과는 맞지 않는 '콩글리시'지만, 반대말인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올팀올)' 역시 'UTU(Up Team is Up)'로 줄여 쓴다. 또 최근에는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the mean)'라는 통계학 용어를 소개할 때 이 두 단어를 묶어 예시로 든다.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하면서 그 횟수가 많으면 더 많아질수록 양극단에 나타난 수치보다는 다수의 평균값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 예로 신인 시절 성과를 낸 선수들이 2년 차에 겪는 '소퍼모어 징크스'를 들기도 한다. 첫해 성적이 실력보다 운이 더 많이 작용한 결과라면, 다음 해부터는 운이 그만큼 따르지 않거나 상대의 분석에 막혀 결국 자신의 원래 실력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다는 것.


2017년 10월 3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롯데는 LG를 4-2로 꺽고 페넌트레이스 3위를 확정지었다. 강원태 기자 wkang@ 2017년 10월 3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롯데는 LG를 4-2로 꺽고 페넌트레이스 3위를 확정지었다. 강원태 기자 wkang@

요즘 롯데의 승리가 즐거우면서도 5월이 지나기 전까진 가을야구 가능성을 쉬이 논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현재 롯데는 '피타고리안 승률'이라 불리는 기대 승률(0.528, 4위)과 실제 승률(16일 종료기준 0.645, 1위)의 차이가 1할 이상으로 10개 팀 중 가장 크다. 이는 가진 전력에 비해 운도 따랐고, 접전 승부에서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했다는 의미다. 반대로는 선발진의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선두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특히 KBO리그 팀들이 서로 한 번씩은 만나 30경기 이상을 소화했지만, 롯데는 전년도 챔피언 SSG 랜더스와는 단 1경기만 치른 상태다. 롯데 입장에서는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 모두 2위인 SSG와의 이번 주말 3연전이 운과 실력을 가려낼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KBO 홈페이지 캡처 KBO 홈페이지 캡처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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