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나는 ‘이색 악기’ 음악회 셋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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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문화회관 ‘아시아 & 사하 아티스트 콜라보’ 공연
금정문화회관 수요음악회 ‘바로크 앙상블 동백 연주회’
GMC, 스트라디바리우스 연주할 티모시 형제 실내악


비파 연주자 예 웨이양.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비파 연주자 예 웨이양.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악기와 클래식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한다. 전통음악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소리에 이끌려 클래식과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 소리의 중심에는 악기가 자리한다. 이번 주 부산에서 만나는 음악회 중에는 평소 접하지 못하던 악기로 들려주는 연주가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시아 & 사하 아티스트 콜라보’ 공연과 같은 시각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을 찾는 제816회 금정수요음악회로 ‘바로크 앙상블 동백 2번째 정기 연주회’가 그것이다. 을숙도문화회관 공연에선 대표적인 중국 악기 비파를 비롯, 양금·얼후·고쟁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일본 합동 공연도 펼친다. 금정문화회관 공연은 바로크 바이올린, 비올라 다 감바 등 바로크 시대 악기로 들려주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비파라는 악기 사연은 참 독특하다.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 출품된 우리 궁중 악기 중에도 ‘비파’가 있었다. 고려와 조선사회에서 궁중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연주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연주법이 잊혀 현재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선 비파(琵琶)라는 현악기가 다양한 연주 기법과 탁월한 표현력, 그리고 민속음악과 전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수천 년간 ‘악기 중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얼후 연주자 우 얀.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얼후 연주자 우 얀.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고쟁 연주자 우 팡.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고쟁 연주자 우 팡.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양금 연주자 센 빙.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양금 연주자 센 빙. 을숙도문화회관 제공

중국 악기 얼후는 또 어떤가. 줄이 두개로, 해금과 유사하지만, 줄의 재질이나 운지법이 조금 다르다. 특히 20세기 초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서양의 바이올린과 비견되는 동양의 대표 악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고쟁은 한국의 가야금, 일본의 고토, 베트남의 단 짜인과 연관이 있다. 음색의 영롱함 덕분에 사랑받는 양금은 우리 전통악기로도 사랑받는다.

바로크 바이올린. 최효정 연주자가 출연한 유튜브 캡처 바로크 바이올린. 최효정 연주자가 출연한 유튜브 캡처

바로크 시대 악기는 시대의 종말과 함께 대부분 성능 좋은 다른 악기로 대체됐다. 그나마 살아남은 악기라면 바이올린이 대표적이다.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최윤정에 따르면 모던 바이올린과 바로크 바이올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턱받침과 어깨받침의 유무이다. 바로크 시대에는 턱받침과 어깨받침이 존재하지 않아 쇄골 위에 자연스럽게 얹어서 턱과 어깨 사이에 가볍게 끼고 연주했다는 것이다. 현에도 차이점이 있는데 ‘거트현’을 사용해 소리가 소박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하다고 한다. 다만 습도나 온도에 예민해서 연주할 때 조율 관리가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바로크 악기 '비올라 다 감바'. 강효정 연주자 '비올라 다 감바' 유튜브 캡처 바로크 악기 '비올라 다 감바'. 강효정 연주자 '비올라 다 감바' 유튜브 캡처

‘비올라 다 감바’ 역시 현대 첼로와 외양이나 물리적 구조는 거의 비슷하지만 엔드핀이 없어 다리와 다리 사이에 끼고 연주를 해야 한다든지, 활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음색도 다를 수밖에 없다. 건반 악기인 ‘포지티브 오르간’은 움직이도록 제작된, 일반적으로 한 개의 수동 파이프 오르간으로 돼 있는 소형 오르간이다. 17세기까지 사용되다가 18세기에 실내 오르간으로 발전했다.

건반 악기 '포지티브 오르간'(한가운데)을 연주하는 아렌트 흐로스펠트. 금정문화회관 제공 건반 악기 '포지티브 오르간'(한가운데)을 연주하는 아렌트 흐로스펠트. 금정문화회관 제공

2022년 창단한 바로크 앙상블 ‘동백’의 음악의 정원 시리즈 두 번째 무대로 꾸며지는 금정수요음악회는 하인리히 프란츠 비버 ‘로자리오 소나타’(바로크 바이올린 최윤정·포지티브 오르간 아렌트 흐로스펠트), 루이 드 캐 데르블르아 ‘플랑트’(비올라 다 감바 강효정·포지티브 오르간 아렌트 흐로스펠트) 외에 마크 앙투안 샤르팡티에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등의 성모찬송도 들을 수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연주를 들려줄 바이올리니스트 티모시 추이. GMC 제공 스트라디바리우스 연주를 들려줄 바이올리니스트 티모시 추이. GMC 제공

한편 오는 20일 오후 5시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GMC)에서 내한 공연을 펼칠 두 바이올리니스트 형제 니키 추이와 티모시 추이가 가져올 바이올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명악기로 알려진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재)일본음악재단과 퀘벡 ‘CANIMEX’에서 각각 제공받아 사용 중이다. 이들은 모슈코프스키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G단조, 작품 71, 크라이슬러 ‘레치타티보와 스케르초-카프리스’ 작품 6, 코릴리아노 ‘레드 바이올린 카프리스’, 쇼스타코비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사라사테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나바라’ 작품 33을 들려준다. 피아노는 미국 피바디와 줄리아드 음대 장학생으로 피아노 학사,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후 현재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세준이 맡았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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