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BIFF 내분 딛고 영화제 준비 만전 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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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도 남을 부산의 소중한 자산
쇄신안 마련해 시대의 변화 대처해야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집행위원장에 이은 이사장의 잇단 사의 표명으로 위기에 휩싸였다. 7년 전 ‘다이빙벨’ 사태가 외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내부 분열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그 모양새가 더 나쁘다. 제28회 영화제 행사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자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허문영 위원장의 사의 표명 나흘 만인 15일 이용관 이사장이 “사태 수습 뒤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여론은 악화일로다. 영화계에선 반성도 타개 방안도 없는 여론 수습용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덩달아 BIFF 직원들의 동요와 반발, 영화인들의 쇄신 요구가 이어져 파장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비판 여론의 핵심은 대체로 이사장의 ‘조직 사유화’ 논란으로 모아진다. 그동안 이사장의 독단과 주변 사람 심기가 끝내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일보〉 취재 결과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BIFF 정관이나 이사회 구조를 보면, 이사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인과 영화단체들이 연일 공동위원장 체제 철회와 허 위원장 복귀에 목청을 높이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사장 측의 대응은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태 해결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이사장은 평론 전공 영화학자로 1985년 경성대 교수로 오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창립 멤버였고 이후 수석 프로그래머, 부집행위원장, 집행위원장의 이력을 지녔다. ‘영화’와도, ‘부산’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 인물인 것이다. 이 이사장이 그동안 BIFF 위상을 높이고 부산이 영화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힘을 보탠 노고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과는 있는 법이다. 어떤 사태를 놓고 두부 자르듯 잘라 한쪽 면만 보고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가 볼썽사나운 내부 싸움으로 부각돼 생채기를 남기는 식으로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노력과 성취가 물거품이 되지 않는 쪽으로 그간의 경험을 잘 살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

결국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영화제의 차질 없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데 있다. 한국영화는 지금 디지털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당장 초청 영화 선정, 개·폐막작 선정, 감독과 배우 게스트 섭외 등 영화제 주요 업무가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승적 차원에서 서둘러 내분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려면 구태를 해소할 새로운 쇄신안이 나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집행위원장 공모제든 이사장 공모제든 제도적 장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한 시대를 보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으려면 그동안 쌓은 기틀을 다음 세대가 부드럽게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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