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을 위한 BIFF’ 막을 견제 장치 없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곳곳서 조직 사유화 의혹 불거져
“이사장이 직원 인사 좌지우지”
특정 대학 출신 특혜 채용 논란도
이사장·이사 서로 추천하는 구조
정관 한계 탓 이사장에 권력 집중
통과의례식 이사회론 견제 못 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BIFF 내분 사태와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BIFF 내분 사태와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이사장이 지난 15일 “사태를 수습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가 BIFF를 좌지우지하며 조직을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석연찮은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부산일보 5월 10일 자 1면 등 보도)으로 촉발된 인사 논란은 채용 문제, 폐쇄적 조직 운영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사실상 측근인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지키기에 나선 상태라 그를 비판하는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유화’ 논란 핵심은 인사

이 이사장이 BIFF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핵심은 ‘인사’다. BIFF 위기를 초래한 조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에도 그가 앞장섰다. 이 이사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도 “조 위원장을 제가 추천해서 논란이 된 것 같다”며 “오랫동안 친했던 데다 같이 일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조 신임 운영위원장이 운영위원장에 걸맞은 인물인지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부산 영화계에서 다양한 과거 행적이 언급되면서 결국 이사장 친분으로 BIFF에 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기존 BIFF 직원 인사도 사실상 이 이사장이 좌우했다는 내부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2021년 12월부터 사무국장을 지낸 A 씨 등도 지난 3월 인사에서 이사장 뜻에 따라 직책이 변경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문영 집행위원장 밑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한 A 씨는 3월 커뮤니티비프실장으로 발령 났고, 지난 11일 허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전에 이미 사표를 냈다.

그는 허 위원장이 ‘네가 영화제를 나가는 것이나, 내가 영화제를 나가는 것이나, 안타깝지만 영화제의 팔자가 아니겠어’라는 말을 남겼다고 내부 인트라넷에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인사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말하는 내용”이라며 “인사는 내부 문제로 집행위원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불투명한 채용 의혹도

채용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러 차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 나온 BIFF 소속 한 직원은 “계약 전문가가 아닌 감사팀장을 이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조사해서 데리고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말 감사팀장으로 전보 발령된 B 씨는 경영전략팀장 자리를 맡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직에 해당하는 경영전략팀장은 공개 채용이 원칙이지만, 당시 BIFF 채용 공고에는 해당 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경영전략팀은 BIFF 조직에 없는 부서다. BIFF 사무국 아래 ‘경영지원실’에는 기획예산팀과 인사총무팀, 정보화사업팀만 있다.

이 이사장이 특정 대학 출신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BIFF 소속 다른 직원은 “동서대 조교 2명과 연구원 등을 BIFF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동서대를 다녔던 (새로 임명된) 사무국장도 모두 허 위원장이 반대한 인사”라고 했다. 이에 이 이사장은 “내부 인사와 관련한 부당성을 여기(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방만 경영·폐쇄적 운영 지적도

지역 영화계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운영위원장 신설이 ‘방만 경영’에 해당한다고 비판한다. 영화계 관계자 C 씨는 “운영위원장직을 신설해 예산과 행정을 책임지게 한다고 하는데, 기존에 사무국장과 집행위원장, 이사장이 하던 일”이라며 “코로나 이후 세계 영화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인건비가 적지도 않은 직을 새로 만드는 것 자체가 이 같은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산대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은 “영화제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동안은 기존 정관의 한계 탓에 이사장에 권력이 집중된 게 문제”라며 “조직 사유화 의혹이 제기되는 뿌리에는 정실·밀실 인사와 폐쇄적 운영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부산국제영화제의 임원 선출에 관한 정관을 보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추천하여 총회에서 선출하며, 이사 및 감사는 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돼 있다. 이사장을 추천하는 것은 이사인데, 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이사장이어서 ‘돌려 막기식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는 “내부에서 특정 인물을 위촉하더라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견제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계 인사 D 씨는 “10년이 넘게 BIFF는 ‘이용관 사조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직의 폐쇄적 운영 탓”이라며 “이사들이 각자 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통과의례식으로 이사회가 운영되고, 당일 안건을 논의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요 사안조차도 안건 상정 이전에 심도 있게 논의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며 “카리스마 있는 이 이사장의 리더십이 영화제를 성장시키는 단계에선 기여가 컸을지 몰라도 민주적이라고 볼 수는 없어 직원들에게 독단과 독선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