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터지는 어린이집 학대, 재발 방지 대책 못 세우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진주서 원생 15명, 510여 차례 폭행
아이가 안전한 보육 환경 마련해야

경남 진주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장면. 경남 진주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장면.

경남 진주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에서 교사 등 7명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이 15명을 집단 학대하는 동영상을 보고 있자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정말 지옥”이라는 학부모의 절규를 실감한다. 경찰이 80여 일 치 CCTV를 확인한 결과 교사가 아이 목덜미를 잡고 1~2m를 던지거나, 주먹이나 식판으로 아이 머리를 때리고,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다며 배를 발로 밟고, 손가락을 꺾고, 베개로 얼굴을 누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한 교사가 폭행한 뒤 자리를 비우면 다른 교사가 연이어 폭행하는 등 밝혀진 것만 15명의 어린이에 대해 510여 차례의 학대가 자행됐다고 한다.

장애인어린이집의 대응은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한다. 아이들 대다수가 자폐 증세나 지적장애가 있어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학부모가 자녀 몸의 멍과 머리카락이 뽑힌 자국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어린이집은 “폭행이 아니다. 장애인어린이집에서는 비일비재하다”라는 변명으로 일관했고, CCTV 확인도 일부분만 허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어린이집은 집단 학대가 일어나던 2022년 당시 정부의 현장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상 ‘수박 겉핥기식’ 평가 진행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번 사고가 정부의 감독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인재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학대 행위는 피해 아이들의 성장에 평생 치유할 수 없는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 CCTV에는 교사가 오면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고, 아이 한 명이 머리를 맞으면 다른 아이가 스스로 자기 머리를 때리는 경우까지 보인다. 학대당한 아동들은 새로 옮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거나, 엄마 품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울면서 자학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현상도 종종 보고될 정도다. 학부모들도 자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동과 부모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

사법당국은 무엇보다 피해 아동과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 교사와 해당 장애인어린이집을 엄벌해야 한다. 2015년 어린이집의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CCTV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학대 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CCTV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될 경우 CCTV 접근권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공·사립 어린이집에 대한 권한 강화와 전수 조사 횟수 증가, 보육 교사들의 자질과 대우 향상, 실질적인 재정 지원 등 보다 확실한 개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나아가 전체적인 보육 환경 개선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이가 행복하지 못한 세상에 누가 아이를 낳겠는가. 아이 한 명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