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금융진흥원 3년, ‘금융진흥’ 낙제점
금융중심지 컨트롤타워 맡기려
8개 기관 26억 원 출연해 설립
조사연구 자료 3년 동안 11건뿐
직원 12명 연봉만 연 10억 이상
사업비는 예산의 33.6%에 불과
주력사업 포럼도 정책 반영 미미
부산의 동북아 금융 허브 도약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은 부산국제금융진흥원에 대해 무용론이 제기된다.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출범 3년을 앞둔 현재 그 존재감과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2020년 7월 1일 국제금융도시 발전과 금융산업 육성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국내외 금융기관·국제금융기구 유치, 금융산업 정책연구 등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부산시가 매년 기부금 형태로 7억 원, 부산 이전 금융공기업 4곳인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가 각 3억 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4억 원, BNK부산은행이 3억 원, 기술보증기금이 5000만 원 등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연간 예산만 26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성과물은 미미하다. 우선 설립의 주목적인 조사·연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역 금융계의 불만 목소리가 높다. 17일 기준으로 부산국제금융진흥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조사·연구자료는 총 21건이다. 자료 작성 날짜가 설립일 이후인 것은 11건이다. 당초 6건에 불과했으나 〈부산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추가 자료 업로드를 진행했다. 이 중에는 구체적인 작성 날짜 확인이 어려운 자료도 다수 있고 해외 보고서를 발췌·번역한 보고서도 있다.
예산도 사업비보다는 인건비와 운영비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부산일보〉가 입수한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2022년 결산 내역을 살펴보면, 기부금과 분담금 외에 전년 이월된 금액까지 합쳐 총 세입은 36억 원이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10억 3526만 원이었다. 급여를 받는 직원이 1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연봉은 8627만 원이다. 또한 운영비로 3억 4205만 원이 사용됐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전체 세출액의 37.4%로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사업비는 12억 3496만 원으로 전체 예산의 33.6%에 그쳤다. 이 밖에 정기예금 4억 원, 이월금 6억 3814만 원 등으로 확인됐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부산금융중심지포럼’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매년 반기별로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을 논의하는 포럼인데, 실제 부산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역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포럼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충분히 건설적이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제 역할을 못 하는 부산국제금융진흥원에 막대한 예산만 퍼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안일한 행보 탓에 2009년에 나란히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서울과 부산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하반기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세계 순위는 40위였다. 2년 6개월이 지난 상반기에는 이보다 3단계 상승한 37위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은 25위에서 10위로 15계단이나 올라섰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측은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반론한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사원 기관뿐 아니라 대학, 연구기관 등과 함께 금융중심지 발전 방향을 논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