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표류하는 복합환승센터… 울산시, 롯데에 초강수 둬야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권승혁 사회부 동부경남울산본부 차장

서울산 시대를 열어갈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역의 대표 관문을 차고앉아 공익 개발을 외면하는 롯데의 사업 행태에 부지 환수를 전제로 더욱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롯데는 공익사업의 본령을 망각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환승센터 개발 테이블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안을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원래 환승센터 지원시설로 쇼핑몰 등을 짓는다더니 이젠 대놓고 돈이 되는 아파트 위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롯데가 2015년 사업에 착수한 이래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설계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다.

롯데는 2019년에도 이곳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에 부딪혀 포기한 적 있다. 롯데가 하도 적자 타령만 늘어놓는 통에, 울산시가 올해 들어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가져오라”고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울산시는 롯데가 시로부터 알토란같은 사업 부지를 시세가 아닌 감정가로 사들여 지금까지 2~4배 땅값이 오른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롯데는 울산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 롯데와 울산시는 2015년 12월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의 공공성을 깊이 인식하고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상호 지원과 협력을 통해 2018년까지 완료하는 데 적극 노력’하기로 협약했다. 2022년 7월 뒤늦게 공사에 착수한 이 사업의 공정률은 고작 3~5% 정도. ‘공공성을 깊이 인식’하기는커녕 ‘신의·성실’ 또한 헛구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아무리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나 시민과의 약속을 이토록 쉽게 저버리고 양해조차 구하지 않는단 말인가. 복합환승센터를 보고 역세권 토지와 상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만 분통이 터진다. 당시 협약서에 서명한 울산시장이 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인데 이 같은 롯데의 행태가 달가울 리 없다.

롯데는 울산을 무시하고 있다. 이는 비슷한 일을 겪는 부산, 대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롯데는 부산에서 초고층 롯데타워를 짓겠다는 27년 전 약속을 놓고 지역사회와 줄곧 소모적 갈등을 빚었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6월 해당 부지에 임시 허가로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 부대시설에 대해 아예 영업을 못 하도록 강수를 뒀다. 이후 신동빈 회장까지 나서 2025년까지 롯데타워의 차질 없는 건립을 약속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대구시의 대처는 더 통괘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수성알파시티 롯데몰 건립이 9년째 표류하자 부지 환수 지시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롯데는 한 달도 안 돼 대구시에 2026년 9월까지 롯데몰을 개장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홍 시장은 한술 더 떠 공사·영업 지연 시 보상금을 내도록 명문화한 합의서까지 롯데로부터 받아냈다.

그렇다면 울산은 어떤가. 시는 롯데의 아파트 건립 제안에 “환승센터부터 먼저 조성하라”며 못마땅한 기색이나, 이 정도로 꿈쩍할 롯데가 아니다. 사실상 환승센터 조성 여하에 따라 아파트 건립도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울산시는 이제라도 부지 환수를 포함한 효과적인 행정 제재를 강구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김두겸 울산시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