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체납자 557명 추적조사
합유등기 등 변칙방법으로 재산은닉
세금은 안내고 호화생활 영위 다수

국세청 추적팀이 한 고액체납자의 집을 수색하고 있다.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가방과 구두, 지갑 및 귀금속 등 수백여점과 외제차를 압류해 공매한 뒤 총 5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 제공

고액체납자 A씨. 유통업을 하던 그는 수입금액을 누락시키는 등 방법으로 종합소득세 등 수억원을 체납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수십억원 상당의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숨길 목적으로 자신이 받은 당첨금을 가족계좌로 이체하고 일부는 현금·수표로 인출해 썼다. 국세청은 당첨금 수령계좌를 압류해 남아 있던 금액을 징수하고 가족계좌로 이체한 돈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기타소득 원천징수 현황 파악을 통해 고액체납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23일 “세금을 낼 능력이 있음에도 변칙적 수법을 이용해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해 재산추적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합유등기를 악용한 체납자, 복권 당첨자,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취득자를 분석해 선정한 261명과 가족·친인척 등 명의로 재산을 숨겨놓고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 296명 등 총 557명에 대해 재산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밝힌 추적사례는 살펴보면 먼저 합유등기로 강제징수를 피하려는 경우가 있었다. 부동산임대업을 하던 B씨는 양도세를 고의로 체납하고 강제징수를 피할 목적으로 자신의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또 양도대금을 가지고 자녀와 함께 합유 형태로 공장건물을 새로 사들였다. 합유자 지분에 대한 직접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도소매업을 하던 C씨는 다수의 세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장을 폐업한 상습체납자다. 그는 모 지역주택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수년간 분담금을 내고 분양권을 취득했다. 국세청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전국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자료를 수집해 이를 밝혀냈다.

사채업을 하는 D씨는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아 수십억원 체납이 발생했다. 그는 수입을 소득없는 배우자 명의로 관리하며 배우자 이름으로 고가주택과 고급수입차를 구입했다. 또 해외유학중인 자녀에겐 배우자 계좌로 유학자금을 송금하고 자녀가 배우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번에 국세청은 그동안 해왔던 실제 수색사례도 공개했다.

회사대표인 E씨는 법인자금을 빼돌리고 종합소득세 등을 내지 않아 고액 체납이 발생했다. 국세청 추적팀은 총 4회에 걸친 잠복과 탐문으로 그가 수도권 부촌지역에 있는 고급주택(64평형)에 살며 고가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주거지를 수색해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가방과 구두, 지갑 및 귀금속 등 수백여점과 외제차를 압류해 공매한 뒤 총 5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신고해 징수가 이뤄지면 최고 3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국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참고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