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어부산 노선 방치, 'LCC 허브 부산' 불씨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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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운수권 배분 에어부산만 배제
지역민의 손으로 키운 항공사 지켜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합병 논의에 손발이 묶여 국토부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신규 항공기 도입이나 핵심 인력 채용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합병 논의에 손발이 묶여 국토부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신규 항공기 도입이나 핵심 인력 채용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으로 불똥이 튀었다. 국토부가 합병을 빌미로 운수권 배분에서 아시아나 계열사인 에어부산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데믹을 맞아 몸집 키우기에 나선 항공사 간 경쟁에서 에어부산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국토부가 에어부산을 고사시켜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에 통합시키려 한다는 의혹마저 인다. 대한항공은 이미 통합 LCC 본사 인천을 천명했다. 양대 항공사 간 통합이 무산될 경우 통합 LCC 허브는 고사하고 에어부산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EU, 미국, 일본 등 3개국 승인이 남은 상태다. EU가 오는 8월 3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대한항공에 부정적 심사보고서를 통보한 가운데 최근 미국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합병이 난관에 봉착했다. 합병 이슈가 2년여를 끌고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는 동안 에어부산은 손발이 묶였다. 국토부는 최근 12개 노선의 운수권 배분을 마쳤다. 핵심은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었는데 에어부산은 배제됐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안방인 김해공항의 울란바토르 노선이 주 3회로 늘었는데 이 운수권은 제주항공이 가져갔다. 같은 합병 대상인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도 무안~울란바토르 노선을 배분 받았는데 에어부산만 빠졌다.

운수권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이를 적정하게 배분 받지 못하면 성장 동력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은 2년째 신규 운수권 확보에 실패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통합되는 LCC 계열사 중 2년간 운수권을 받은 건 진에어가 유일하다. 운수권뿐만이 아니다. 이미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중장거리 노선 도전은커녕 핵심 인력인 조종사나 정비사 채용도 못하고 있다. 대구로 본사를 옮긴 티웨이항공이 대구~울란바토르 노선을 확보하고 로마 이스탄불 파리 등 중장거리 노선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낸 것과 비교된다.

국제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양대 항공사 합병 잡음이 엉뚱하게 부산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국토부 잘못이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명분으로 내세웠던 가덕신공항 통합 LCC 허브 육성 약속을 저버린 것도 국토부다. 합병 논의가 2년째 이어지는 사이 대한항공은 통합 LCC 본사 인천을 기정사실화하며 태도를 바꿨고 국토부도 항공사 자율을 내세우며 발을 빼고 있다. 운수권 배분 과정에 에어부산을 배제하면서 그 저의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합병 논리에 지역 항공사만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LCC 허브 부산’이 무산될 경우 지역의 거센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도 더 늦기 전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역민의 손으로 키운 항공사마저 뺏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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