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보행신호 아니라 보행자… 사람 없으면 ‘녹색’에도 우회전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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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우회전…‘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기준은

우회전 일시 정지 위반 차량 단속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24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들이 횡단보도 보행자들과 뒤섞여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우회전 일시 정지 위반 차량 단속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24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들이 횡단보도 보행자들과 뒤섞여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경찰이 석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우회전 차량 일시 정지 단속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여전히 우회전 일시 정지 시행 규정이 헷갈린다고 호소한다. 우회전 차량은 전방의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일시 정지 후 서행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규정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구체적인 단속 기준이 운전자에게 공유되지 않아 혼선이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회전 일시 정지를 둘러싼 논란을 쟁점별로 정리해 정확한 단속 기준을 확인해 본다.


1. 일시 정지는 ‘속도 제로’

우회전 차량은 전방의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정지선 앞에서 일시 정지한 후, 전방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서행해야 한다. 문제는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멈춰야 하는지다. 일시 정지에 대한 시민과 경찰의 이해도가 서로 다른 탓에 현장에서는 일시 정지 기준을 둘러싸고 많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일시 정지의 기준은 차량의 앞 범퍼가 정지선 이전에 멈춘 것을 말한다. 앞 범퍼는 정지선을 넘고 타이어만 정지선 이전에 멈춰 선 경우 경찰은 차량이 일시 정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정지선이 없는 도로의 경우, 횡단보도나 교차로의 빗금을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도로교통법에 일시 정지 유지 시간은 명시돼 있지 않지만, 경찰은 차가 속도 0km로 완전히 멈춘 뒤 서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단속하고 있다.


일시정지 기준 놓고 잦은 갈등

정지선 이전에 완전히 멈춰야


꼬리물기 차량도 ‘일시정지’ 준수

“교통체증 유발돼도 어쩔 수 없어”


보행자 있으면 반드시 일시정지

보행신호등 ‘적색’이라도 지켜야


우회전 전용 신호등 확충 추진

부산 50여 곳에 추가 설치 예정


경찰 “이면도로에는 적용 안 돼”

보행자 확인하며 우회전해야


부산경찰청 교통안전팀 유선종 팀장은 “운전자가 급히 주행속도를 줄인 것만으로 일시 정지를 했다고 주장해 경찰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잦다. 경찰은 속도 0km로 바퀴가 완전히 멈춘 상태만을 일시 정지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2. 우회전 꼬리물기에도 일일이 ‘일시 정지’

우회전 차량이 여러 대 있으면 맨 앞차가 일시 정지를 했다가 서행하는데, 뒤차도 정지선에서 멈춰서야 하는지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모든 차량의 일시 정지가 원칙이다. 우회전하려는 모든 차량은 일단 정지선 앞에서 멈춰 서야 한다. 개정된 규정의 목적은 형식적인 일시 정지가 아니라 횡단보도의 보행자 보호에 있으므로 차량 여러 대가 동시에 우회전하게 되면 그사이 튀어나오는 보행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차량 5대가 설 경우 맨 앞차와 마지막 차량 사이 거리는 약 20m다. 앞차가 일시정지 후 우회전한 다음에 뒤차가 멈추지 않고 연이어 우회전하면 운전자는 그사이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보행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회전하려는 모든 차량이 일일이 일시 정지 하면 상당한 교통체증이 유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회전 하려는 모든 차량이 멈춘 뒤 서행하면 사실상 신호 한 번에 한두 대만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전까지 상당한 도로 정체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3. 횡단보도 ‘녹색등’, 우회전 가능

전방의 차량 신호등이 적색 또는 녹색 신호일 때 우회전 차량의 운전 지침에 대한 홍보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우회전 한 뒤 만나는 횡단보도 보행신호등이 적색 또는 녹색 신호일 때 우회전 차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공식적인 우회전 방법에 포함되지 않아 의문이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 보행신호등이 녹색신호일 때도 건너려고 하거나 건너고 있는 보행자가 없을 경우에만 서행하며 지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 서행 시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는 보행자의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핵심은 '보행신호등의 신호가 아니라 보행자'인 셈이다. 이에 따라 횡단보도 보행신호등이 적색 신호라 할지라도 신호 위반 보행자가 있는 경우, 운전자는 반드시 일시 정지 해야 한다.

전방 차량 신호등의 적·녹색 신호에 따른 우회전 지침에 비해 보행신호등 확인 방법이 상대적으로 고지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청은 “우회전 방법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우회전 일시 정지 규칙이 생기기 전부터 운전자는 보행신호등 적·녹색 신호와 상관없이 보행자가 없어야 우회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우회전 규칙에 보행신호등 확인 방법을 포함하면 오히려 헷갈릴 수 있어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면 해결?

우회전 전용 신호등은 헷갈리는 우회전 지침을 가장 명확하게 해결해 줄 방법이다. 일부 교차로에 설치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은 적색, 노란색, 녹색 3색으로 된 세로 형태의 신호등이다. 도로 앞이나 오른쪽에 횡단보도가 있을 때 우회전 차량의 통행을 돕는다. 전방, 보행 신호 등 여러 신호로 혼란스러운 우회전 차량 운전자에게 더욱 간편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우회전 녹색 화살 표시는 전방 차량 신호등보다 우선이다. 교차로의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이라 할지라도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에서는 우회전 녹색 신호에 따라 우회전할 수 있다. 당연히 우회전 신호등이 적색이면 멈춰야 한다.

다만 도로 여건 등의 이유로 모든 교차로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경찰청의 입장이다. 법령 개정 후 우회전 차량의 혼선이 계속되자 전국적으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확대되는 추세다. 부산에서는 점차적으로 교차로 50여 곳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5. 인도 없는 이면도로, 보행자 통행이 기준

경찰청이 발표한 우회전 방법의 핵심은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보행자’의 유무다. 전방 차량 신호등이 녹색, 보행 신호등이 적색이라 하더라도 통행 보행자가 있으면 우회전 차량은 무조건 멈춰야 한다. 그러나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아 상시로 ‘통행하려는 보행자’가 있는 골목 등 이면도로에서 우회전하는 경우는 어떨까.

경찰청이 공식 우회전 방법에서 제시하는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 정지’ 해야 한다는 규칙이 이면도로에도 적용되면 운전자는 상시로 보행자가 다니는 이면도로에서 우회전을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해당 우회전 방법은 횡단보도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목 등 이면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자체적으로 보행자 통행 여부를 확인하면서 서행하며 우회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곳에서는 갑작스럽게 보행자가 튀어나올 수 있으니 운전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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