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아나토미 오브 어 폴’…여성 감독으론 세 번째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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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틴 트리에 감독 황금종려상 영예
프랑스 정부 직설 비판으로 소감 채워
한국영화는 올해 비경쟁부문에만 초청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가 27일 오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어나토미 오브 어 폴’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가 27일 오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어나토미 오브 어 폴’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45)의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에 돌아갔다. 여성 감독으로는 3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이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은 27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가운데 트리에 감독의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을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트리에 감독은 올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의 ‘어 투모로우’,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디 올드 오크’ 등과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했다.

트리에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세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앞서 제인 캠피언 감독이 ‘피아노’(1993)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티탄’(2021)으로 이 부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영화는 한 소설가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았다. 스완 아를로드, 앙투안 라이나르츠 등이 출연했다.

트리에 감독은 수상자로 호명된 뒤 시상 무대에 올라 프랑스 정부에 대한 직설적 비판으로 소감을 채웠다. 그는 “지금 신자유주의 정부가 지지하는 문화 상업화가 프랑스의 ‘문화적 예외’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적 예외는 ‘무역 자유화에서 문화는 예외적 분야에 두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문화 보호 정책이다. 프랑스 정부가 1990년대부터 미국의 무역 자유주의에 맞서 추진해 왔다. 트리에 감독은 “문화적 예외가 없었으면 오늘 이 자리도 없었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연금 개혁에 대한 역사적인 시위를 (최근) 겪었다. 시위가 충격적 방법으로 진압되며 이들의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심사위원 대상은 영국의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수상했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꿈의 집을 만든 아우슈비츠 사령관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를 담았다. 심사위원상은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폴른 리브스’가 받았다. 감독상은 ‘더 포토푀’를 연출한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에게 돌아갔다. 각본상은 고레에다 헤로카즈 감독의 ‘괴물’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가 받았다.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배우 송강호가 시상자로 나선 여우주연상은 ‘어바웃 드라이 그라시즈’의 메르베 디즈다르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남우주연상의 영광은 일본 배우 야쿠쇼 고지에게 돌아갔다. 아쿠쇼 고지는 독일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에서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를 연기했다.

지난 16일 개막한 칸영화제는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거미집’, 주목할 만한 시선 ‘화란’, 비평가 주간 ‘잠’, 감독 주간 ‘우리의 하루’, 미드나잇 스크리닝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라 시네프 홀’과 ‘이씨 가문의 형제들’ 등 5개 부문 총 7편의 영화가 칸 현지 관객을 만났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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