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허위 수령…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 1865건 적발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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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3년 기준 314억 규모”
사적 사용·서류 조작 등 수법 다양
정권퇴진 운동비로 전용 사례도
부부 내부 거래로 국고 빼돌려
정부, 환수·고발·수사 의뢰키로
관리 강화·전산화로 투명성 강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은 민간 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1조 1000억 원 규모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현재까지 적발된 부정 사용액만 314억 원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진행한 이번 감사 대상은 민간 단체 1만 2000여 개에 6조 80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사업이다.

구체적 부정·비리 유형은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 거래 등이었다. 정부는 이같이 부정이 확인된 사업에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 의뢰 등의 조처를 하기로 했다. 대표적 사례로 한 통일운동단체가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260만 원을 정부로부터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인 일이 지적됐다. 이 단체는 원고 작성자가 아닌데도 지급 한도를 3배 가까이 초과해 원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이산가족 교류 관련 단체는 임원이 소유한 기업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와 임원의 가족 통신비까지 국고보조금을 사용했다.

모 기념사업회는 독립운동가 초상화를 전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비로 5300만 원을 업체에 지급한 뒤 500만 원을 돌려받는 등 거래처 4곳에서 3300만 원을 편취했다. 직원 2명의 5개월분 급여 2100만 원 중 523만 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돌려받기도 했다.

D사회적협동조합 등은 2021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수령한 뒤 친족 간 내부 거래로 3150만 원을 부당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조합이 특정 교육단체에 1900만 원 상당의 노트북 PC 42개를 빌려줬는데, 두 단체 대표가 부부 사이인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렇게 부정 사용한 국고보조금은 전액, 또는 일부를 환수하기로 했다.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 300여 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키로 했다.

정부는 민간 단체 국고보조금 사용의 부정·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 단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도 빠짐없이 올려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보조금 관리에 대한 전용시스템 없이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했지만, 이를 전산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부터 광역단체에 우선 도입한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를 올해 하반기부터 기초단체에도 확대 도입해 보조금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에서 보조금 사업자의 납세 이력을 포함한 금융·신용정보를 관계 기관에서 실시간 공유 받음으로써 선정 단계부터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중복수급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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