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놓지 않은 이사회… 원점으로 돌아간 BIFF 사태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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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준비위 인적 구성에 우려
쇄신보다 사태 봉합에 치중 전망
영화계 “조 위원장 사퇴부터”

부산국제영화제(BIFF) 인사 내홍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열린 BIFF 이사회에서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표는 수리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사퇴는 아직 결정된 바 없기 때문이다. BIFF 이사진 6명과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 준비위원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준비위마저 ‘이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중심 ‘혁신 준비위’

BIFF 이사회는 이날 혁신위원회 구성을 가결하면서 혁신위 준비위원회 위원 7인(BIFF 강동수·김종민·김진해·남송우·이청산·허은 이사,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 명단도 발표했다. BIFF 이사 6명과 부산시 간부공무원 1명으로 꾸려진 준비위원회가 과연 BIFF의 누적된 문제를 쇄신할 혁신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할 수 있을지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계 인사 A 씨는 “서울 영화계가 준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혁신위를 제대로 꾸릴 중립적 인사가 들어가야 한다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시민단체, 영화인단체 대표 등을 포함한 위원 구성 인사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이번 인사 사태에 책임이 있는 BIFF 이사진 중심의 준비위가 꾸려져 혁신위 구성 보이콧 이야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산적한 BIFF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쇄신해야 할 혁신위의 준비위원회마저 BIFF 이사진 중심으로 꾸려진 것과 관련해 혁신위가 쇄신이 아닌 사태 봉합 위주로 흘러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는 “혁신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영화제 시스템에 대한 지식도 있고, 조직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외부인들이 BIFF에 누적된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현재 이사진 중심으로 꾸려진 준비위가 어떤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인적 쇄신이 혁신 첫걸음

이번 인사 내홍 사태가 이용관 이사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도 높다. 지역의 영화학과 교수 B 씨는 “혁신이라면 사람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 인사 내홍을 촉발한 ‘이용관의 친구들’이라 불리는 이사진이 혁신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혁신위가 단순히 이사회 산하 기구가 아닌, 별도의 법적 권한을 갖는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에서 나온 안을 이사회가 다시 의결하는 형태로 가면, 이사회 입맛에 맞는 쇄신안만 남게 될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다.

부산 지역 영화계는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된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사퇴가 전제되지 않고는 혁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 발표를 5일로 예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꾀하지 않을 경우, 영화제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100억~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열흘 동안 10만~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현재 축제 형태의 영화제는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등장으로 영화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영화제 형태나 규모,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산업과 지역의 문화·경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 설정도 고민해야 한다. 동아대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지속적으로 지역 문화인력을 재생산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검증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특정 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해 버린 채 여전히 영화계 내홍 정도로 공론화되고 있지만, 영화제 파행이 부산의 재산업화와 지역의 미래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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