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마라도나, 메시, 이강인 그리고 '팀 코리아'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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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스포츠라이프부 에디터

축구 유망주 경연장 U-20 월드컵
차세대 스타 앞세운 팀들 돋보여
특출한 재능보다 하나로 뭉친 한국
아시아 국가 첫 2회 연속 4강 위업

‘철기둥’ 김민재가 대활약한 SSC나폴리는 올 시즌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순간 나폴리 시민들은 시내로 쏟아져 나와 깃발을 흔들고 폭죽을 터트리며 열광했다. 그럴 만한 게 무려 33년 만에 달성한 세 번째 우승이기 때문이다.

나폴리가 세리에A 챔피언에 오른 건 1989-1990시즌이 마지막이었다.(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2년보다 더 이전 일이다)

세리에A 데뷔 시즌에 최고 수비수로 등극한 김민재의 활약 덕분에 나폴리는 우리 축구 팬들에게도 친숙해졌다. 중계방송을 통해 나폴리의 경기를 보는 팬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나폴리의 홈구장 명칭도 익숙해졌다. 바로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이다. 맞다. 펠레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 자리를 양분한 그 ‘전설’ 마라도나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의 원래 명칭은 산 파올로 스타디움이었다. 나폴리시는 2020년 12월 4일, 마라도나가 심장마비로 타계(2020년 11월 25일)한 지 열흘 만에 경기장 이름을 바꿨다. 그만큼 마라도나가 나폴리에 남긴 업적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1984년 나폴리 유니폼을 입은 마라도나는 33년 전인 1989-1990시즌 우승과 앞서 1986-1987시즌 나폴리의 리그 첫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나폴리가 정상에 오르기 전 두 번의 우승은 모두 마라도나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더불어 마라도나는 1988-1989시즌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도 나폴리에 안겨 줬다. 이때 차지한 UEFA컵 우승은 나폴리 구단의 유일한 클럽대항전 챔피언 벨트다.

나폴리시와 시민이 마라도나를 잊지 못하는 건 거의 혼자 힘으로 약체 나폴리를 세리에A 최강 반열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세리에A 우승컵을 나눠 먹다시피한 유벤투스FC, AC밀란, 인터밀란 3강의 틈바구니에서 나폴리를 튀어오르게 한 주역이 마라도나였다.

이 전설적인 축구 제왕이 처음 전 세계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었다. 사실 U-20 월드컵의 역사는 마라도나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20 월드컵은 튀니지에서 1회 대회가 열렸다. 당시에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World Youth Champioship)로 불렸다. 나이도 19세 이하였다가 1991년 포르투갈 대회부터 20세 이하로 상향조정됐다. 2007년 캐나다 대회부터 지금의 ‘월드컵’으로 바뀌었다.

마라도나는 2회 일본 대회 때 출전해 아르헨티나에 첫 우승을 안겼고, 자신도 5골을 넣으며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했다. 당시 어린 마라도나의 예술적인 프리킥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U-20 월드컵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세계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마라도나를 배출한 이후 U-20 월드컵은 차세대 스타들의 등용문이 됐다. 마라도나의 후계자이자 ‘축구의 신’으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도 2005년 네덜란드 대회 때 아르헨티나를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6골로 최다 득점상과 골든볼을 석권했다.

2013년 튀르키예 대회에선 폴 포그바가 프랑스의 첫 우승과 함께 골든볼을 차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FC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골잡이 티에리 앙리도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활약했다.

이강인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절묘한 패스와 드리블로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한국을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준우승국 선수가 골든볼을 수상하는 이례적 영예도 안았다.

그리고 2023년 지금, 아르헨티나에서 제23회 U-20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최초 2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번 U-20 대표팀엔 마라도나나 메시, 이강인을 이을 특출한 스타급은 없다. 그러다 보니 성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영준(김천 상무), 김용학(포르티모넨스SC), 이승원(강원FC),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최석현(단국대), 김지수(성남FC), 최예훈(부산아이파크) 등 유망주들이 고른 활약을 보이며 반전의 결과를 냈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팀 코리아’로 하나된 선수 모두가 ‘4강 신화’를 창출해 냈다. 이들에게서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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