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절벽’에 50년 된 국공립 어린이집도 폐원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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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금성어린이집 문 닫아
최근 1년 5개월간 신생아 수 ‘0’
지역별 소멸 가속화 대책 절실

부산 금정구 금성동에 위치한 공립 금성어린이집이 지난 4월 30일을 끝으로 폐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금정구 금성동에 위치한 공립 금성어린이집이 지난 4월 30일을 끝으로 폐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금정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어린이집이 원아 수 부족으로 끝내 폐원했다. 그나마 인기 있던 국공립 어린이집마저 폐원하자 지역 소멸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부산 금정구청은 지난 4월 30일 보육 수요 감소로 금정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금성어린이집을 폐원했다고 6일 밝혔다. 금정구 금성동에 위치한 금성어린이집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96.16㎡ 규모로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

금정구청은 어린이집 폐원의 결정적인 이유로 원아 수 감소를 꼽았다. 구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금성동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없다. 폐원하기 직전 금성어린이집에 다녔던 원아는 총 6명으로 금성동 영유아 12명 중 3명만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원아가 줄어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자, 기존 운영자가 올해 1월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이에 구청은 위탁운영 모집 공고를 올렸다.

그러나 후임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구청은 폐원 검토 위원회를 열어 어린이집 문을 닫았다. 그나마 어린이집 인근 금성초등학교가 2015년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로 지정돼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집 원아 수도 함께 증가한 적 있었다. 그러나 줄어드는 신생아 수에 어린이집 폐원을 막을 수 없었던 셈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조건을 완화하면서 공고를 계속 올렸는데도 위탁 운영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랜 회의 끝에 결국 폐원을 결정했다”며 “어린이집 건물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기 있던 국공립 어린이집마저 폐원하자 지역 소멸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의 영유아 감소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부산의 영유아(만 0~5세) 수는 10만 4827명으로 부산시 전체 인구 대비 3.15% 수준이다. 2020년 12만 3962명에 비해 2만여 명 가까이 줄었다. 부산의 영유아 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면서, 어린이집 수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2020년 1778개소였던 부산의 전체 어린이집은 2023년 4월 기준 1457개소로 3년 사이 321개소 줄었다. 부산의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전체 어린이집 감소 수를 막을 수 없었다.

문제는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증가하면 보육 사각지대가 생기는 지역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미설치 지역에 사는 영유아는 거주 지역보다 멀리 떨어진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한다. 금성어린이집에 다녔던 원아들의 경우, 폐원 이후 다른 지역구인 북구의 어린이집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육 공백은 젊은 층 인구 유입의 걸림돌이 되고 특정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악순환은 만들게 된다.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시설은 청년층 인구 유입이나 그 지역에 남아있는 인구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데 이마저 사라지면 특정 지역의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며 “보육 인프라의 경우 구·군 단위, 나아가 읍·면·동 동네 단위 돌봄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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