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충일도 여야 ‘이념 전쟁’, 분열 부추기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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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령 욕봬” “편향 외교 위기”
애국에 보수·진보 따로일 수 없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현충일인 6일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호국영령의 숭고함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논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국선열들이 존경받고 그 후손들이 명예와 긍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예우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밝혔다. 논평은 이처럼 대동소이했지만 여야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사나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호국영령을 욕보이는 세력이라 비난했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편향된 이념의 외교로 나라를 위기에 빠트렸다고 몰아붙였다. 현충일에도 이념 논쟁을 벌이며 서로를 헐뜯는 여야의 이런 모습이 국민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영해를 수호하다가 북한의 공격에 목숨을 잃은 영령을 욕되게 하는 세력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발호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가 과거의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으로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겨냥하면서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국민의힘 다른 인사들은 한발 더 나아가 “친북·종북적 인식” 운운하며 “민주당의 586 싸구려 ‘갬성’에 일제 군국주의 망령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천안함과 관련해 정부의 공식적 발표를 신뢰한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언급은 아예 무시했다.

민주당은 당 혁신위원장 임명에 대한 비판 여론은 외면한 채 국민의힘과 정부가 편향된 이념 외교를 고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무책임한 말폭탄’ ‘위기 조장’ ‘진영 대결의 하수인 자처’ ‘비극의 역사 반복’ 등의 단어를 동원해 노골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 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말실수 논란과 중국과 러시아를 외면하고 일본과 미국에 경도된 외교 노선을 고집하는 데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날도 아닌 현충일을 앞두고 비록 과거이긴 하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 당사자에게 당의 혁신을 맡긴 것은 분명 부적절한 처사라고 하겠다.

여야의 이런 모습은 결국 국민에게 누구 편이냐고 다그치는 소위 갈라 치기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분열과 갈등을 극대화하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민심을 호도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술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우리 국민의 높아진 의식 수준에 맞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애국 앞에서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나라를 위하는 길에는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 하나 된 마음으로 앞장서는 게 옳다. 현충일에마저 여야가 이념 논쟁을 벌이며 서로 헐뜯는 것은 무엇보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념에 매몰되는 우리 정치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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