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 다투는 소아 환자, 부산도 응급 치료 장담 못 한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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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응급 의료’

작년 발생 119구급 재이송 사유
전문의·병상 부족이 1·2위 차지
응급 관계기관 소통방 운영 불구
의료진 모자라 병원 수배 골머리
성인환자 대학병원행 요구 많고
경증 환자 탓 병상도 늘 과밀화

부산도 응급상황 대처 역량이 부족해 ‘응급실 뺑뺑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의 한 응급의료기관 앞에 서 있는 119 응급차량. 부산일보DB 부산도 응급상황 대처 역량이 부족해 ‘응급실 뺑뺑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의 한 응급의료기관 앞에 서 있는 119 응급차량. 부산일보DB

“소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부산도 장담할 수 없죠.”

부산의 한 구급대원은 6일 부산도 ‘응급실 뺑뺑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환자가 사망하는 일은 다행히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부산 역시 응급상황에 대처할 역량이 부족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의 경우 대학병원이 밀집해 있고, 응급의료 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그나마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긴 하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고질적 문제, 의료진 부족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이자 고질적인 문제는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촌각에 따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응급상황은 대부분 필수의료와 직결돼있는데, 소아·응급·외과·분만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소방청의 ‘2022년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재이송한 건수는 전국에서 7634건이었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240건의 재이송이 발생했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62건, 병상 부족이 26건, 환자·보호자 변심이 11건 등이었다.

부산의 경우 중증응급환자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발간하는 ‘2021 중증응급질환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중증응급환자 전문의 진료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응급환자 전문의 진료율은 환자가 응급실 퇴실 전까지 응급실 담당 전문의 또는 후속 진료과 협진 전문의에게서 대면 진료를 받은 비율을 말한다. 부산은 특히 조산아·저체중아, 중증화상, 안과적 응급, 비뇨기과 응급 등에서 낮은 진료율을 보였다.


■자구책 마련해도 여전한 빈틈

부산은 7개 응급질환에 대해 ‘진료순번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 울산과 경남 창원시·양산시 등의 병원과도 당직 순번을 두고 진료를 본다. 매일 병원 2~3곳에서는 응급질환을 다룰 수 있도록 당직을 서는 것이다. 7개 응급질환은 대동맥박리, 외과계질환, 기관지 출혈·이물질, 산과응급질환, 안과적 응급, 중독, 소생술 후 상태다. 하지만 환자가 몰리거나 의사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을 경우 환자 수용이 불가능해 100% 처리한다고는 볼 수 없다.

부산시는 병원 수배가 어려울 때 요청할 수 있는 ‘부산 응급의료 협의체’ 소통방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협의체에는 시와 소방본부, 28개 응급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실 수용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처음 ‘카톡방’이 마련됐다. 119 구급대원이 병원을 수배하다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카톡방에 환자의 상태와 함께 수배 병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부산소방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 최점식 팀장은 “필수의료를 보는 의료진이 부족하다 보니 병원 선정이 쉽지 않다. 그나마 부산의 경우 울산, 양산시 정도 선에서는 수용이 되는 편이다. 하지만 소아 응급이나 위장관출혈 등과 같은 소화기 내과 질병일 경우 갈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증 환자는 응급실 안 오게

의료진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경증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부울경 권역에서 소아 응급 대처가 가능한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평일 야간과 휴일에 소아 관련 환자가 쏟아지다 보니 과밀은 늘 심각한 상황이다.

경증환자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야 하는데,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는 문을 여는 병원이 거의 없다 보니 병원처럼 응급실을 찾는 현상이 반복된다. 시는 야간에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 등을 확충하려고 노력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인환자의 경우에도 대학병원 응급실 선호도가 높아 현장에서 적절히 배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서 경증, 중증 응급실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부산의 한 구급대원은 “환자가 발생하면 검사하기 전까지는 경증, 중증을 판단하기 어렵다. 환자 대부분이 대학병원에 가 달라고 하는 실정인데, 진료선택권을 언급하면서 가 달라고 하면 현장 대원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증과 중증을 분류하고 응급실 과밀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거 1339의 기능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대병원 조석주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는 경증인지 중증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드니 대학병원 응급실로 몰려드는 것”이라면서 “1339의 일반인 상담기능을 되살리면 경증환자를 응급의료기관으로 보내거나, 아예 응급실에 오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응급실 과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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