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해수욕장 시내버스 노선 변경 ‘없던 일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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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26번 현행대로 운행”
상인 “교통 혼잡·안전문제 우려”

해안도로 버스로 주목을 받았던 26번 시내버스의 노선 변경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2019년 노선 변경에 반대한 한 서구의회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 부산일보DB 해안도로 버스로 주목을 받았던 26번 시내버스의 노선 변경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2019년 노선 변경에 반대한 한 서구의회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 부산일보DB

부산 최초로 해수욕장 앞을 달리는 노선으로 주목받은 시내버스 노선 변경 사업이 사실상 무산 수순에 들어갔다. 사업 초기부터 안전성 문제가 지적된 데다 최근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교통 혼잡을 우려해 노선 변경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자체가 관련 절차를 중단했다.

6일 부산시와 서구청 등에 따르면, 부산시와 서구청은 장기간 잠정 보류돼 있던 26번 시내버스 노선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내부 결론을 내리고 사실상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시 노선심의위원회는 앞서 2019년 송도서린아파트 등 송도해수욕장 서쪽 인근 주민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감만동~송도혜성아파트 간 26번 시내버스 노선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송도해수욕장 정류장에서 송도해변로로 진입해 송도서린아파트 앞에서 회차한 후 다시 기존 노선인 암남공원로의 송도혜성아파트 종점까지 운행하는 게 변경 노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노선 변경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상인들이 먼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송도해변로에 시내버스가 들어가면 해수욕장 일대에 상당한 교통체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반대 여론은 3년여 만에 전체 주민의 다수 의견으로 확산했다. 서구청은 지난 1월 암남동 6개 통 주민 350여 명을 대상으로 26번 시내버스 노선 변경 찬반 의사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찬반 비율은 3 대 7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좁은 차선에 시내버스가 다니면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전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송도해변로에는 노상 주차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대에는 외부 차량이 갓길에 주차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구간별로 왕복 2차선까지 좁아지는 송도해변로에 시내버스가 들어가면 오히려 교통 혼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9년 송도해변로에서 시내버스를 모의 운행한 결과 사고 위험성이 도출되기도 했다는 게 서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내버스 노선을 담당하는 시는 대다수 주민이 반대하는 만큼 노선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송도해수욕장 정류장부터 회차로까지 약 1km에 달하는 거리를 왕복한 후 다시 암남공원로로 복귀하는 Y자 형태의 기형적 노선이기 때문에 주민 대다수가 원해야 노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와 서구청은 지난 1월 설문 조사를 실시한 뒤 26번 시내버스 노선 변경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향후 예정된 추가 공청회나 설문조사 등은 없으며, 노선 변경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멈춘 상태다. 도로 상황이나 차고지 변경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사실상 재검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노선 조정은 반대 주민이 많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가 직권으로 노선 변경을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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