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고성군 청사, 이전 논란 빚자 대안 찾기 급선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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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새 부지 매입·재원도 확보
문화재 인접·상권 위축이 발목
군수 “인구감소 현실 감안” 신중
제2청사 건립 등 차선책 고민

1985년 건립된 고성군청. 부산일보DB 1985년 건립된 고성군청. 부산일보DB

경남 고성군 청사 이전이 하세월이다. 12년 전 수립한 새 청사 건립 계획을 토대로 대상지 대부분을 매입하고 재원도 200억 원 이상 확보했지만, 문화재보호법과 현 청사 주변 상권 반발에 막혀 지지부진이다. 이대로는 신청사 건립은커녕, 미리 사들인 부지마저 골칫덩이가 될 판이다.

고성군에 따르면 고성읍 중심에 자리 잡은 현 청사는 1985년 건립됐다. 노후화로 인한 개보수 비용이 해마다 늘고 있는 데다, 업무 공간이 비좁아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상권이 군청 주변에 쏠리면서 변두리 지역 낙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청사를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군은 2011년 신청사 건립 계획을 수립했다. 한 해 앞서 보금자리를 옮긴 기월리 군의회 옆 부지를 낙점했다. 의회와 연접해 행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때마침 불거진 성남시청 호화청사 논란에 정부가 지자체 청사 건립 자제를 권고하면서 무기한 보류됐다.

이후 꼬박 10년간 표류하다 2020년 ‘신청사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가 제정되면서 재추진 동력을 얻었다. 군은 이를 토대로 총사업비 1000억 원을 투입해 공공청사(9400㎡)와 복지시설(7600㎡)를 건립하기로 했다.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잡았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청사건립 특별회계’를 설치해 지금까지 220억 원의 기금을 적립했다. 또 군비 50억 원을 들여 대상지 22필지 중 19필지 매입을 완료했다.


노란색 선이 현 청사 위치, 붉은색 선이 이전 대상지. 대상지 맞은편에 국가지정문화재인 송학동고분군(연두색)이 자리 잡고 있다. 다음 지도 노란색 선이 현 청사 위치, 붉은색 선이 이전 대상지. 대상지 맞은편에 국가지정문화재인 송학동고분군(연두색)이 자리 잡고 있다. 다음 지도

그런데 민선 8기 들어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이상근 군수는 지난달 열린 소가야 역사도시 종합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청사 이전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지역이 처한 현실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인구 감소로 민원 수요도 줄어드는데 신청사가 필요한지, 청사 이전에 따른 기존 상권 위축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0년대 초반까지 6만 명대를 유지하던 고성군 인구는 최근 들어 줄곧 감소세다. 5월 말 기준 4만 9912명으로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5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문화재보호법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전 대상지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송학동고분군(사적 제119호)과 인접해 평지붕으로는 3층 이상 건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집행부가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한 부지 매입비 9억 원은 의회 심사 과정에 전액 삭감됐다. 이쌍자 군의원은 “군수가 계획이 없다고 한 예산이 왜 포함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대가 뻔한 이전 대신, 기능을 분리하는 차선책 등 어렵게 완성한 밑그림이 또다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새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옥희 군의원은 “이전은 지역주민, 상인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통영은 1, 2청사로 해서 외부로 나간다. 고성도 현 청사는 그대로 두고 2청사를 짓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장 이전이 어렵다면 보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며 “이미 매입한 군유지는 방치하지 말고 송학동고분군, 봄꽃축제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하거나 군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청사 이전은 남부내륙철도 역세권 개발에 맞춰 계획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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