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곳곳 수돗물서 곰팡이 냄새…정수 제대로 안 돼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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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연제·남구 등 냄새 관련 민원 빗발
낙동강 남조류 냄새 물질 제거 안 돼
시, 오후 9시께야 재난안전문자 발송
상수도 본부 “10일 오후 정상화될 듯”


기사와 관련 없는 수돗물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기사와 관련 없는 수돗물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부산 화명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에서 곰팡이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됐다. 화명정수장 노후시설을 교체하는 공사로 인해 낙동강 본류의 남조류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화명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에서 냄새유발 물질인 ‘지오스민’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지오스민은 오실라토리아 등 남조류에 의해 발생하는 맛·냄새 유발물질로, 환경부 먹는물 감시항목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 감시기준은 0.02㎍/L인데, 해당 지역에서는 기준치를 넘는 0.053㎍/L이 검출됐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부터 시에는 부산 북구·연제구·남구·해운대구·수영구 등 지역 수돗물에서 흙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다.

본부에 따르면 화명정수장은 지난 8일부터 고도정수처리 개선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의 정수처리공정은 10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공사로 인해 2단계의 정수 공정이 생략되면서 냄새 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본부는 사태가 매우 심각함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고도정수처리 개선공사를 중단했다.

본부는 이번 사태가 화명정수장 공사와 맞물려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부산 취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지역은 조류경보제가 발령되지 않은 상태이나, 6월 2주차 유해 남조류 개체수가 1154개/mL가 검출되는 등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남조류가 우점종으로 바뀌는 시점과 공사 기간이 겹쳐 정수처리공정에서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아 수돗물에서 검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냄새유발 물질인 지오스민은 인체에 유해성은 없지만 수돗물 음용 시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3분 이상 끓여 드시기를 권장한다”고 전했다.

본부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오존 투입농도를 높이고, 분말활성탄 투입시설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산화탄소 주입 및 고효율 응집제를 투입해 정수 공정을 강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본부 관계자는 “현재 교체 공사는 중단됐고, 10일 오후부터 다시 정수 공정을 거치면 냄새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부산시의 대처가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오전부터 다수의 민원이 제기됐음에도, 오후 늦게서야 재난문자를 보내 알린 것이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는 김 모(32) 씨는 “아이 목욕을 시키려는데 수돗물 냄새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저녁 시간 아파트 방송에서 수돗물에 이상이 생겼다길래 그제야 알게 됐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낙동강 녹조로 인해 부산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데, 수돗물 사고를 알리는 속도가 아파트 방송보다 늦어서야 되겠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송삼종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수돗물로 인해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 빠른 시일 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면 중단한 고도정수처리 개선공사는 정수 공정이 안정화된 이후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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