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무비 부풀리고 수거비 이중 청구하고… 보조금 4억 ‘꿀꺽’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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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서,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폐기물수거업체 대표 검찰 송치
40년간 사업 사실상 독점해 와
편취 규모 더 클 가능성 높아

부산영도구청 전경 부산영도구청 전경

사실과 다른 사업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거나 구청 몰래 별도 생활 폐기물 수거비를 받는 수법으로 보조금 4억 원가량을 빼돌린 폐기물 수거업체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업체가 수십년간 민간 위탁계약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비리를 장기간 은폐한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생활폐기물 수거업체를 운영하는 70대 남성 A 씨를 사기,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부터 올 1월까지 약 5년간 영도구청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상 직원의 직책을 바꿔 보조금 2억 7051만 2240원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또 2013년부터 구청 민간 위탁계약과 별개로 청학동 조개구이촌 청학시장 상인들에게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는 대가로 324회에 걸쳐 1억 1922만 8100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업체 관리소장 B 씨 직책을 보조금 단가가 높은 운전원인 것처럼 꾸며 사업 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생활폐기물을 수집하고 운반하는 직접 종사자는 직접 노무비를 받지만 관리 직급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간접 노무비를 받는다. 관리소장 B 씨는 간접 노무비 대상에 해당한다.

A 씨가 이렇게 받은 직접 노무비를 B 씨에게 월급으로 주며 자신이 소유한 주유소에 야간 업무까지 보게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씨가 생활 폐기물 처리 비용을 구청에 떠넘긴 것도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조개구이촌 양성화 이전인 2018년까지 번영회 등에 해마다 900만~1000만 원가량의 수거비를 받았다. 하지만 처리비용을 구청에 별도로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이후부터는 구청과의 민간 위탁계약 내용에 조개구이촌 생활폐기물 수거가 포함됐지만, 계속해서 구청과 번영회 두 곳에서 돈을 수령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 설명이다.

A 씨가 각종 비리를 10년간 저지르고도 범죄사실이 발각되지 않은 이유는 A 씨가 관련 사업을 사실상 ‘독점’했기 때문이다. 영도구 내 생활폐기물 수거업체는 2곳인데, 이들 업체가 구를 2개 구역으로 나눠 쓰레기를 수거하고 하는 식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구청은 올해 경쟁입찰로 계약 방식을 바꾸기도 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타지역 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식으로 쓰레기 수거 사업이 폐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부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는 힘든 구조였다.

해당 업체가 1980년 대부터 40년 가까이 수의계약으로 민간 위탁을 받아온 만큼 실제 부정하게 빠져나간 보조금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구청이 최근 5년치 사업계획서만 보관하고 있는 탓에 지난 5년간 이뤄진 범죄 사실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청은 수사 기관이 아닌 탓에 업체 측의 위법 사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매년 지도 점검을 나갔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재 사실 여부가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배임 등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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