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올스타전과 투표 동맹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팬 투표 14일 실시간 집계 현황. KBO 홈페이지 캡처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팬 투표 14일 실시간 집계 현황. KBO 홈페이지 캡처

2023년 한국프로야구 KBO 올스타전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 팬 투표가 지난 5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 시즌 남다른 '기세'로 선전을 펼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는 간판선수들이 베스트12 라인업에 대거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하다. 당장 지난 12일 발표된 1차 중간 집계에서도 10명의 롯데 선수가 '드림 올스타' 각 부문별 선두에 올랐다. 마침 올해 16년 만에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은 사실상 '롯스타전'으로 예고된 셈이다. 상대팀인 '나눔 올스타'에서는 기아 타이거즈에서 가장 많은 5명의 선수가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남은 일곱 자리를 네 팀의 선수가 골고루 가져가면서 특정 구단 쏠림 현상은 그나마 피했다.


팬 투표 1차 중간집계 결과. KBO 제공 팬 투표 1차 중간집계 결과. KBO 제공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팬 투표가 도입된 이후 한 팀이 선발 출전 명단을 독식하는 몰표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이를 두고 야구팬들은 결과표에 '기둥을 세운다'라는 표현을 쓴다. 특히 몇 년동안 부진한 인기 구단의 성적이 반등할 때 이런 경향을 보인다. 일단 올해는 롯데와 기아 팬들이 서로 투표를 밀어준다며 이른바 '화개장터 동맹'을 앞세워 판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기아 팬들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 팬들과 '달빛 동맹'을 내세워 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쳤는데, 이번엔 팬심의 화력 하나는 전국 최고 수준인 롯데로 갈아탄 셈이다. 그러자 또 다른 한 축 LG 트윈스 팬들이 삼성 팬들을 향해 '가전 동맹'을 부르며 견제의 움직임을 보인다.


올스타전 '화개장터 동맹' 투표 독려하는 누리꾼. 트위터 캡처 올스타전 '화개장터 동맹' 투표 독려하는 누리꾼. 트위터 캡처

이러면 당연히 남은 구단 팬들도 자기 팀 선수를 올려 보내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 뒤따르기 마련. 2000년대 이후 창단돼 상대적으로 열성팬 규모가 작은 구단의 팬들은 속칭 '흥참동(흥행참패동맹)'을 내걸고 거대 조직에 맞서는 모양새다. 같이 살아남을 투표 조합을 짜 '오더'를 교환하거나, 유명 K팝 그룹의 야구 관련 행사들을 참고해 팬심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2015년에는 한화 팬이 당시 신곡을 발표한 엑소의 음원 순위 1위를 돕고, 엑소 팬이 올스타 팬 투표에서 한화 선수를 뽑는 동맹을 맺어 화제가 됐다. 이후에는 먼저 연예인 팬클럽을 찾아 '영업'에 나서면서 적극적인 동맹을 시도하는 야구팬들이 늘어났다.


7월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투표가 계속되고 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LG 경기를 앞두고 삼성 우규민이 올스타전 선수를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투표가 계속되고 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LG 경기를 앞두고 삼성 우규민이 올스타전 선수를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인기투표' 이상을 넘어선 과열 행태에 그간 올스타전이 지켜온 취지까지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KBO 차원에서 베스트12 선정에 선수단 투표를 반영하는 등의 변화가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자신의 응원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일지라도 그 해 성적이 부진할 경우 굳이 투표를 권하지 않거나, 동맹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제외시키는 등 팬들의 양심적인(?) 모습이 발견된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 기준이 선수 개인의 인기보다 실력이 먼저여야 한다고 여긴다면, 올스타전보다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별도의 국가대표 경기를 기다리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