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경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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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효 사회적기업연구원장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전시장을 관람하는 모습. 국무총리실 제공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전시장을 관람하는 모습. 국무총리실 제공

지난달에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사전 행사의 하나로 열린 기후산업박람회에 참가했다. 청정에너지,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등이 주로 다뤄졌고 구글, 포스코 등 글로벌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와 그 이행계획을 들었다. 더하여서 글로벌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으로 연결된 중소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EU 등은 ESG라는 비재무적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ESG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에 개발한 사회적 가치 지표(Social Value Index, SVI)를 활용해서 사회적경제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이 지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 등에 기여한 사회적 성과를 계량하여 그 성과를 가시적으로 나타낸다. 금년도에는 측정 기업의 수를 기존 300여 개에서 1500개로 대폭 확대하였고, 우리 연구원이 관련 용역을 수탁하여 전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SVI 측정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 지표를 기반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민간도 금융 투자 및 지원 사업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할 것이다.

영업이익 못지않게 공공적 기여 중요

ESG 경영 하지 않는 기업 경쟁력 상실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 시스템 취약

사회적기업 위한 투자·지원 확대해야

지역 혁신, 지속가능한 성장과도 직결

일반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고 정의한다. 각 국가나 사회마다 용어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회적 가치는 자본주의가 경제의 양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일으킨 실업과 빈곤, 부정부패와 갈등, 불평등과 양극화, 환경오염과 위험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시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공공기관이든, 글로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사회적경제기업이든 다소의 비중에 차이는 있을 수 있고, 또 전통적인 경제적 가치도 중요하겠지만 ESG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시장과 사회의 생존경쟁에서 도태된다. 특히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대응,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창출하는지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ESG와 SVI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지역 중소기업은 내부 자원의 한계로 사회적 가치인 ESG 성과보다는 경제적 가치인 영업이익에 경영 활동의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부족한 인력과 자본으로 운영되다 보니 ESG 경영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낮아 그 준비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우리 부산에는 ESG 경영에 대한 진단 및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공 및 민간기관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지역 기업들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공공 및 민간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 연구원이 올해 ESG 경영연구소를 두어 일정 부분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적 여건이 만만찮다. 우선 지역 중소기업이 ESG 경영 역량을 기를 수 있게 지원하는 ESG 경영 진단 및 컨설팅 전문 기관이 지역에 자리 잡아야 한다. 부산시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EU는 2021년 12월에 ‘사회적경제 실행계획(Social Economy Action Plan)’을 발표하였다. 이 실행계획에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사회 혁신을 강화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들이 담겨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서 공공 및 민간 차원에서의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부산에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총 1590개가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생존과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U의 사례처럼, 부산시도 SVI를 활용하여 사회적경제 지원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금융 투자와 함께 공공 및 민간의 시장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은 지역 및 기업의 혁신에 연결된다. 지속가능한 성장과도 관련되어 있다.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사회적 가치를 경영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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