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현 BIFF 사태, ‘다이빙벨’ 때보다 더 큰 위기”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당시 독립성 지키려 부산시와 싸워
이번 사태는 곪은 내부 문제 표출
오동진 “이용관, 결자해지를” 주문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의 한 장면. 부산일보DB

이번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위기는 ‘다이빙벨’ 사태 등 비상시나 과도기를 제외하면 전례 없는 상황이다. 영화계에선 외압에 의해 촉발된 ‘다이빙벨’ 사태보다 조직 인사 내홍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이번 사태를 더 큰 격랑으로 보고 있다.

BIFF는 지난 2014년 9월 다이빙벨 사태가 터지면서 한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다. 당시 부산시가 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청하면서 영화제는 자율성과 독립성에 도전을 받았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상영을 강행했고, BIFF는 이후 4년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부산시는 2015년 1월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같은 해 12월 부산시는 이 집행위원장과 전·현 사무국장 등 3명을 국가 보조금 부실 집행 문제 등을 들어 검찰에 고발했다.

영화계는 영화제의 독립성이 훼손당했다며 BIFF 불참 운동을 벌이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결국 2016년 2월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집행위원장을 해촉하고 자신도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부산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같은 해 7월 BIFF는 김동호 이사장을 내세운 민간이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 2018년 1월 31일 2대 이사장으로 BIFF에 복귀했다.



당시 영화계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려고 부산시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때와 결이 다르다. ‘다이빙벨’ 사태의 원인이 ‘외부’에 있었다면, 지금은 곪은 내부 문제가 원인이 됐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특정인의 인사 전횡, 사유화 논란까지 나오고 있어 영화계는 물론 BIFF 내부에서도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인 A 씨는 “‘다이빙벨’ 사태 때 영화제의 독립성을 외쳤던 이 이사장이 결과만 놓고 보면 당시 영화제를 위기에 빠뜨린 부산시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남동철 BIFF 수석프로그래머도 최근 BIFF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가 ‘다이빙벨’ 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 수석은 “과거 ‘다이빙벨’ 상영 이후 영화계가 들고 일어나 이용관 지키기에 나선 적이 있다”며 “그때 ‘이용관’은 자연인 이용관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 그 자체였고 이용관을 지키는 일이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남 수석은 그러면서 “영화제 독립성은 권력과 자본 같은 부당한 외부 간섭에서 독립한다는 뜻이지 영화계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는 뜻이 아니다”며 “현 사태에서 ‘조종국=표현의 자유’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준동 나우필름·파인하우스필름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이빙벨 사태를 일으킨 서병수 전 부산시장도 안 한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집행위원장 중심으로 일을 진행하는 영화제에서 이사장이 영화제 운영에 사사건건 개입하거나 자기 측근을 공동 위원장에 임명하면 영화제는 산으로 가게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BIFF 집행위원과 아시아필름마켓 위원장을 역임한 오동진 영화평론가 역시 “이용관 이사장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

BIFF 사태는 지난달 9일 신설한 ‘공동 위원장’에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촉발됐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표를 내고 BIFF를 떠났다. 조 위원장 임명으로 영화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결국 지난달 15일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조 위원장에 거취를 표명할 것을 요청했으나, 조 위원장은 별다른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오는 26일 임시 총회에 조 신임 위원장 해촉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