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인구 감소와 혁신적 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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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현실 기반의 원인 파악과 대응 고민
인구 감소의 긍정적 영향 감안 필요
삶의 질 우선한 도시 혁신 생각할 때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감소 폭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 1990년대 중반 400만 명을 넘봤던 부산 인구는 이제 330만 명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도 부산 원도심인 동구, 서구, 영도구가 포함됐다. 얼마 전 지방소멸 문제를 다룬 한 방송에 서울 생활을 하는 20대 부산 청년의 인터뷰가 나왔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그 좋은 도시, 부산을 떠나 여기서 왜 이렇게 생활해야 하는지…”라고 말했다. ‘그 좋은 도시 부산’이란 말에 그만 가슴이 먹먹해졌다. 도대체 이 좋은 도시 부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몇 년 전 한 토론회에서 전통적으로 진행된 외곽 확산(urban sprawl)에 기반한 부산의 도시개발 방향성을 비판한 적이 있다. 1960~80년대 도시계획을 주도했던 한 원로학자도 마침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는 여기에 반론을 폈다. “1960년대 이래 부산은 10년 단위로 100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여서, 주택과 도로 건설 등 개발지향적 도시계획은 불가피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에 비춰 볼 때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노후 주택을 새로 짓거나 교통 투자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시기가 이젠 지났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1949년 인구 총조사를 시작한 이후 72년 만인 2021년부터 인구 감소의 시대를 맞고 있다. 또한 도시화율도 세계 평균인 50%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달한다. 여기에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특히 부산과 같은 지방도시 인구는 앞으로 증가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다. 인구 증가에 기반해 도시 외곽을 계속 개발하거나, 주택, 도로 위주의 전통적인 도시계획 행태는 결코 현실적이고 적절한 도시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미국 텍사스주에서의 유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 지역 출신의 학생들은 현재의 부산 지역 경향과 달리 미국 내 동부나 서부로 떠나지 않았다. 지역 내 산업 기반이 탄탄해 청년들은 가능하면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출보다 유입 인구가 더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부산은 어떤가. 아직도 인구 증가 대비 주택 공급, 도로망 확충을 중시하는 기조가 여전하다. 실제 부산 원도심의 한 기초지자체는 지역 내 아파트 건설 허가의 당위성으로 향후 인구 증가 예상을 제시했다. 이런 접근 방식으론 당장의 인구 감소 추세를 바꾸기에 역부족이다.

이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인구 감소의 근본적 원인 파악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부산 인구 감소의 출발점으로 지역경제의 산업구조 전환이 늦었다는 점이 계속 꼽힌다. 동시에 해운대신시가지 등 주택 공급 중심의 신도시 개발에도 인구 감소는 가속됐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이에 걸맞은 혁신적 도시계획이 나와야 할 때다. 도시계획의 범위를 현재의 주택, 도로를 넘어 지역경제, 환경, 복지, 안전, 해양, 갈등관리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총괄 계획기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시 정부 조직도 이에 따라 개편돼야 한다.

둘째는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인구 증가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가 지역에 미칠 긍정적 영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제 그럴 때가 됐다.

미래 세대와 다른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도 절실하다. 최근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된 영도구는 인구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내에서 인구 감소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혁신적인 대응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향후 영도구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과의 연계성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

인구 감소 시기라고 해도 우리나라 도시는 절대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쇠퇴하는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인구 감소 시기는 기존의 건설 위주 도시계획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혁신적 도시계획으로 전환할 좋은 기회다. 새로운 모습으로 도시가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주변의 청년과 청소년, 어린이들은 계속 지역을 떠날 것이다.

최근 부산 내 공공기관 추가 이전, 신공항 건설, 엑스포 유치 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사업의 구상과 실행 과정에서 지역의 경제, 교육, 행정, 문화가 어우러져 부산에서 미래 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한다. ‘그 좋은 도시 부산’에 활력을 계속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적 혁신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인구 감소 시기 혁신적 도시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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