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업계 1위 농심 화답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 인하 주목

농심이 다음 달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 가격을 인하한다. 연합뉴스

농심이 오는 7월 1일부터 신라면 한 봉지 출고 가격을 50원(4.5%)가량 인하한다. 새우깡은 100원(6.9%) 정도 낮아진다.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새우깡 가격을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측은 27일 가격 인하 방침을 공개하면서 “국내 제분회사에서 공급받는 소맥분 가격이 7월부터 5% 인하될 예정으로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80억 원 수준”이라며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심이 1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압박에 업계 1위인 농심이 라면과 과자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 인하로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라면 가격에 대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 가격 인하 ‘권고’ 9일 만에 농심이 움직인 것이다.

업계에선 다른 업체들의 라면 출고가 인하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진라면 제조사인 오뚜기는 7월 중으로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고, 팔도 역시 가격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도 농심이 9월에 가장 먼저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자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11월에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린 바 있다.

라면업체의 가격 인하가 현실화하면서 과자, 빵 등 다른 식품업계의 가격 조정 움직임도 주목된다. 정부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업체를 소집해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제분업계는 다음 달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밀가루 가격이 떨어지면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빵, 과자업계의 원가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다만 하반기에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정된 터라 식품 가격 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마시는 우유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아이스크림 가격도 오르게 된다. 우유가 들어가는 빵, 과자 등의 가격도 인상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